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수 끝에 재계 서열 1위 이재용(49·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 총수 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된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근거인 만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둔 특검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특검은 17일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강도 높은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던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이 구치소에 수감됐다.
특검은 지난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지난달 1차 구속영장 청구 시 적용했던 범죄 혐의에 범죄수익 은닉, 재산 국외도피를 추가해 총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16일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밤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 중 최대 쟁점이었던 뇌물공여 혐의가 영장 발부 수준까지 입증됐다는 것이 특검이 거둔 최대 성과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3주 넘게 보강수사를 벌여 이 부회장의 뇌물죄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대가성을 뒷받침할 간접증거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에도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 삼성의 주식 매각 규모를 줄여주는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정황을 파악했다. 또 삼성이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에도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연습을 위해 명마 블라디미르를 포함한 말 두 필을 ‘우회 지원’한 의혹을 조사해 영장청구서에 포함시켰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특검의 박 대통령 뇌물죄 수사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 법원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자금까지 뇌물 성격을 인정하면서 함께 출연금을 낸 다른 기업들도 사법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뇌물 공여·횡령 이재용 구속 수감
입력 2017-02-17 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