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再修) 끝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수뢰죄로 향하는 수사의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특검이 출범 때부터 집중해 왔던 ‘박 대통령-이 부회장-최순실씨’ 간 3각 뇌물 구도가 법원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뇌물공여자의 신병 확보에 성공한 특검은 수수자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 등 향후 수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삼성→최순실 433억원, 대통령 뇌물’
박 대통령에게 돈이 직접적으로 건네지지 않았더라도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지원한 돈을 뇌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는 특검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최씨 독일 페이퍼컴퍼니와 맺은 213억원대 계약,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여원 등 총 433억원을 박 대통령에게 건네진 뇌물로 본다.
삼성도 특검이 제시한 금액을 두고는 크게 다투지 않는다. 쟁점은 돈의 ‘대가성’ 여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그룹 승계 지원을 박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그 대가로 재단과 최씨 모녀를 지원했다는 구도를 그려두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1차 구속영장 청구 때까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집중했다.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외압을 뇌물의 대가로 봤다. 그러나 당시 법원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넘지 못했다.
특검은 한 달 가까운 보강수사를 통해 대가관계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강화했다. 그 결과 최씨와 삼성 측이 지난해 9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최씨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해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은 삼성 소유 블라디미르 등 말 두 필이 이면 합의를 통해 정씨에게 건너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를 이 부회장 승계 지원 대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16일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관철시켰다.
특검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 수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에 유리하게 줄여준 정황도 규명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공정위에 가한 외압 배후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의 최씨 지원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공갈에 의한 것이었다는 이 부회장 측 논리는 통하지 않았다. 특히 심사 기준이 까다로운 뇌물 사건에서 간접증거만으로 뇌물 공여자를 구속한 만큼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도 특검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 직접 수사만 남았다
특검의 뇌물죄 수사는 사실상 박 대통령 대면조사만 남겨두게 됐다. 특검은 대면조사 전까지 확보한 증거와 진술 등을 토대로 법리 검토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삼성의 코레스포츠 지원에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일반 뇌물죄를 적용한 만큼 특검은 두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특검이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 방어 논리에도 대비해야 한다. 박 대통령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 지원 요청은 통상적인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명박정부의 미소금융 등 역대 정부의 정책사업에 대기업 지원을 요청한 사례들을 언급하는 이유다. 또 최씨를 국정 운영상 의견을 구하는 ‘키친 캐비닛’에 불과하고, 나머지 의혹들은 최씨의 개인 범죄라며 선을 긋고 있다. 특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봐도 최씨는 박 대통령의 ‘정책 조언자’ 수준을 넘어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정현수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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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소명 큰 산 넘은 특검, 이젠 박 대통령 앞으로
입력 2017-02-17 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