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물증은 안종범 업무수첩 39권

입력 2017-02-17 06:19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새로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해당 수첩들을 지난 설 연휴 직전 추가 확보했다. 기존 수첩 17권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한다. 안 전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꼼꼼히 받아 적은 것이라 일각에서는 사초(史草)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첩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지난해 2월 15일 독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독대 직후 ‘문화 융성과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달라’는 내용 등을 수첩에 적었다. 특검팀은 해당 내용을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주문한 사항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수석도 특검에서 이런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주문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및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등과 연결된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이밖에 삼성 인사들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못하게 하라는 박 대통령 지시 등이 적혀 있는 등 청와대와 삼성 간 거래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특검팀의 수사는 수첩 확보 후 급물살을 탔다. 지난 3일 순환출자 고리 해소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삼성그룹 특혜 의혹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들이 특검팀 조사를 받았다.

다만 안 전 수석 측이 특검 수첩 확보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증거능력에 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검은 수첩들을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을 통해 임의제출받았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16일 “보좌관이 수첩을 자유로운 의사에서 제출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공무상 비밀이 적힌 수첩을 임의제출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안 전 수석은 이미 앞선 특검 조사에서 수첩 제출에 이의제기하지 않겠다고 했었고, 수첩 내용도 본인이 적은 것이라고 확인했다”며 “안 전 수석의 동의 여부 자체는 증거능력 인정과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