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충동적인 사건사고를 일으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정신질환에 대한 외래진료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서 수가 지원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정신질환 외래 본인부담률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의료급여 1, 2종 수급권자의 정신질환에 대한 비정형 향정신성 장기지속형 주사제 투여시 본인부담률 10%를 적용하는 항목이 새로 추가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주사제 가격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준호 대한조현병학회 보험이사는 “개정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찬성한다. 하지만 주사제 가격 부분이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1개월짜리 주사 가격이 최소 20만∼30만원이어서 아무리 효과가 있고 도움이 되고 고가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신질환자들은 극빈층이 많아 한달에 3만원도 큰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적정한 시기에 주사제를 투약하면 장기입원 문제도 해소되고 환자들이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기간도 단축된다. 본인부담률이 제로면 가장 좋겠지만, 조금이라도 퍼센트를 낮춰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 측도 같은 입장이다. 최한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정신질환자들은 약물을 꾸준히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 치료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반면 장기지속형 주사를 사용하면 한 번만 맞아도 효과가 오래가니까 보다 효율적이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노이로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정신질환자 중 70% 정도가 생활보호대상자다. 이들에게 한달에 주어지는 돈이 40만원대 정도인데, 주사제 가격의 10%를 부담하라고 하면 결과적으로 주사제 사용은 엄두도 내지 못해 장기입원으로 이어진다. 병원에는 10∼20년 넘게 입원한 환자들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사제뿐만 아니라 좋은 약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연 국립정신건강센터 사업부장도 “우리나라가 주사제를 많이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의료급여 환자가 쓸 수 없는 구조이고, 그래서 주사제 경험이 적다보니 환자들이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이미 주사제가 재발률, 재입원율, 지역사회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을 늘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 부장은 “3∼4만원 때문에 이렇게 장벽을 만들어버리면 결국 또 그만큼 주사제 접근성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주사제를 많이 처방하도록 해 입원율을 낮췄을 때 절감되는 비용이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본인부담률을 당장 더 낮추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인부담률을 아예 없애려면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다. 국가 재정을 비롯해 한국인에게 주사제 효과가 확실한지, 합병증은 없는지 등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며 “실태를 파악하고 추후 부담률을 더 인하하든지 현행을 유지하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신질환 수가 문제는 몇 년째 계속 논의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자체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다. 일선 병원의 의견과 국가 재정, 의료급여 상황 등을 종합해 나온 것이다. 때문에 이 정도 수준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정신질환 치료 ‘지속형 주사’ 부담 낮춰야
입력 2017-02-19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