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는 피살된 김정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16일 밝혔다. 시신을 북한에 인도할 뜻도 시사했다.
아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전날 김정남 시신을 부검했지만 사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피살된 것인지, 돌연사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그건 법의학적 문제”라며 즉답을 피하면서 “경찰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모든 수사와 법의학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사관을 통해 친족에게 시신을 보낼 수 있다”며 북한에 시신을 인도할 의향을 밝혔다.
자히드 부총리는 김정남 죽음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설에 대해선 “추측일 뿐”이라며 “이번 사건은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외교관계 악화를 우려해 한층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모양새다.
현지 경찰은 부검에서 나온 샘플을 이날 저녁 정부 산하 화학분석기관에 전달했다. 분석기관 측은 “여러 샘플을 받았고 최대한 빨리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은 전날 수시간 동안 부검을 막으면서 시신 인도를 요구했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살해 과정 전반을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부검을 막지는 못했지만 분석 결과가 ‘사인불명’으로 굳어진 채로 시신도 넘겨받게 될 경우 북한으로선 나쁘지 않은 결과가 된다.
살해 용의자는 속속 체포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인도네시아 여권을 가진 여성 1명과 말레이시아 남성 1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전날 붙잡힌 29세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까지 포함해 3명이 잡힌 것이다. 인도네시아 여권을 가진 여성은 25세의 ‘시티 아이샤’로 알려졌다.
경찰은 체포된 두 여성이 김정남 피살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에 찍힌 인물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공항에서 김정남에게 독극물 공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모두 잡힌 것이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이들에 대해 7일간 구금 명령을 내렸다.
현지 매체 동방일보는 경찰이 여성 용의자 2명과 추적 중인 남성 용의자 4명이 모두 살인청부를 받은 암살단이며, 특정 국가 정보기관 소속 공작원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사건의 막후가 누구인지는 용의자 6명을 모두 잡아들인 뒤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여권 소지자의 남자친구인 말레이시아인도 사건과 관련이 있어 이날 체포됐으나 핵심 용의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남성이 여자친구를 체포하는 데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나쁜 장난을 쳐보자”는 남자 공범들의 제안으로 김정남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렸다고 진술했다. 이 여성은 사건 이틀 전인 11일부터 공항 인근 호텔에 투숙했고 1만 링깃(256만원)이 넘는 현금을 갖고 있었으며, 범행을 전후해 객실 안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김정남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북한 인사들과 세 차례 접촉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귀국 명령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생각해볼 기회를 달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동생의 귀국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이 암살 배경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쿠알라룸푸르=신훈 기자,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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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聯 “사인 불명”… 시신 北 인도 시사
입력 2017-02-16 18:36 수정 2017-02-17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