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행정소송 각하… 특검, 靑 압수수색 막혀

입력 2017-02-16 17:33 수정 2017-02-16 21:43
서울행정법원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와 관저의 고고한 모습. 앞서 특검팀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병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로 들어갈 길이 사실상 차단됐다. 청와대 압수수색 불허에 맞서 마지막 타개책으로 법의 판단을 구했지만 법원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다”며 배척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차명 휴대전화, 내부 결재망 등 청와대 안쪽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남은 수사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16일 특검이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 효력정지 신청 사건을 각하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허는 행정작용인 ‘처분’이라 볼 수 없고, 국가기관인 특검이 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더라도 특검의 청와대 경내 진입을 강제할 수 없어 소송의 이익이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한 현직 판사는 “특검이 고육지책을 냈지만 기본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이 결여돼 있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 내용은 군사·공무상 비밀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요건을 규정한 형사소송 관련 사항이라 행정청의 위법한 권한 행사에 따른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행정소송과는 영역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 “소송 당사자가 되려면 법인격을 갖고 있어야 하고, 법인이나 그 단체의 ‘기관’은 당사자가 될 수 없으므로 국가기관은 행정소송 원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불승인에 대해 효력을 정지한다 해도 불승인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데 불과해 특검은 여전히 형사소송법 요건을 갖춰 영장을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각하 결정이 나오자 특검 관계자는 “사실상 현행법상으로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수사기관의 진입이 단 한 번도 허용되지 않는 ‘성역’으로 남게 됐다. 특검으로서는 청와대가 선별해 내주는 자료를 넘겨받는 식의 수동적 임의제출 방식을 선택해야 할 처지다. 이 경우 자료 확보의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청와대 측은 “법리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특검은 지난 3일 박 대통령을 뇌물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청와대 경내 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이 “군사기밀, 공무상 비밀을 다루는 기관”이라며 거부해 무산됐다. 특검은 당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황 권한대행은 이를 무시했다. 이에 지난 10일 “압수수색을 막은 것이 적법한지를 제3의 기관인 법원에 묻겠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호일 양민철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