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최강 독성… 신경성 독가스 ‘VX’ 사용 가능성

입력 2017-02-17 05:0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VX 등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정남을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한 수법으로 당초 독침, 독극물 스프레이 등이 거론돼 왔으나 독가스를 사용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 NHK방송은 16일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정남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VX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력한 신경작용제다. 특히 이 가스는 호흡기와 눈,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바로 흡수되면 불과 몇 분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VX는 1994년 옴진리교 신자가 일본 오사카에서 한 남성을 습격해 살해한 사건에서 사용됐다. 이 방송은 북한 공작원이 VX를 암살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독극물이 북한이 과거 독침 테러에 주로 사용했던 맹독성 물질인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일 개연성도 존재한다.

김정남 암살을 주도한 곳으로 알려진 북한군 정찰총국은 각종 해외 비밀공작과 도발을 총괄 지휘·집행하는 곳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을 자행하기도 했다. 정찰총국은 2009년 2월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 노동당 산하 작전부와 35호실 등 3개 기관이 대남·해외공작 업무를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정찰총국은 작전국과 정찰국, 해외정보국, 정책국, 기술국, 후방지원국 등 6개 부서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실체는 파악이 어렵다.

정찰총국 임무는 북한의 대남혁명 통일정책 수행, 대남사업을 위한 반(反)통일세력 제거, 체제유지에 걸림돌이 되는 소위 ‘저항세력’의 제압이다. 대북소식통은 “이번 김정남 피살은 저항세력의 제압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정남 피살 임무를 수행한 곳은 해외정보국으로 추정된다. 노동당 35호실(대외정보조사부)을 개칭한 곳으로 한국과 아시아 주변국, 북한 관련 제3국 정보수집 및 포섭 공작을 수행한다. 요인 납치와 테러도 포함돼 있다. 노동당 35호실은 1978년 신상옥·최은희 부부 납치와 1987년 대한항공 858기 공중폭파 사건을 주도했었다.

해외정보국의 아시아 주요 거점은 일본 도쿄와 오사카, 마카오, 홍콩, 중국 상하이, 선양, 태국 방콕 등이다. 유럽은 오스트리아 빈과 프랑스 파리가 주요 활동무대다.

해외정보국은 소규모인 500여명으로 구성됐지만 특수훈련을 받은 정예요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공작원들을 대폭 늘리고 활동영역도 확대했다고 한다. ‘모란꽃소대’로 불리는 20대 초·중반의 여성들로 구성된 특수임무 부대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개 조에 4∼5명으로 구성되고 이번 김정남 피살 시처럼 행동조와 지원조로 나눠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세련된 행동교육을 받고 옷과 장신구들도 명품을 활용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