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코리아’ 또 하나의 힘, 벽안의 지도자들

입력 2017-02-16 20:45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은 1년 남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전초전이다. 한국은 19일 개막하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5개와 종합 2위를 노린다. 태극전사들을 헌신적으로 돕고 있는 외국인 코치들이 있기에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자신하고 있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가운데 외국인 감독과 코치는 17명.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가장 많이 포진한 종목은 스키다. 스키는 한국의 취약 종목이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스키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2014년 11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신임 협회장으로 맞이한 대한스키협회는 외국인 지도자 영입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5개 세부종목 스키 지도자 17명 중 외국인은 11명에 달한다.

크로스컨트리의 미하일 데비아티아로프(58·러시아) 코치는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 남자 15㎞에서 금메달을 따낸 엘리트 출신이다. 데비아티아로프 코치는 귀화 선수 김마그너스(19)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지도하는 벤 보이드(48·호주) 감독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부 은메달을 따낸 히라노 아유무(일본)를 지도한 이력이 있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토비 수철 도슨(39·미국)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사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그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키 모굴에서 동메달을 따냈으며, 2006 스키월드컵 모굴 부문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새러 머레이(28·미국) 감독은 한국의 대회 사상 첫 승리와 첫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1999년 이후 4차례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머레이 감독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로스앤젤레스 킹스 등에서 10여년간 사령탑을 맡았던 앤디 머레이의 딸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시절 두 차례나 팀의 우승을 이끌었으며, 미국과 스위스에서 20세 이하 팀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2014년 9월 여자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머레이 감독은 대표팀에 팽배해 있던 패배의식을 일소하며 체질을 강화했다. ‘머레이호’는 지난 6일 강호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2대 4로 석패했다. 한국(세계 랭킹 23위)과 독일(8위)의 격차를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였다. 이어 한국은 16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중국과 친선전에서 3대 0(1-0 1-0 1-0)으로 이겼다. 한국이 중국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는 일본전(20일)이다. 한국은 2007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퍽을 거의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일본에 0대 29로 참패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에 랭킹 7위인 일본을 꺾고 아시아의 강호로 발돋움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