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올 땐 늘 보디가드 2∼4명 대동”

입력 2017-02-16 18:43 수정 2017-02-16 21:26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말레이시아에 올 때 암살에 대한 우려로 항상 2∼4명의 경호원들과 함께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가 왜 암살 장소인 공항에 혼자 나타났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암살자들은 ‘타깃’의 일정과 동선을 파악하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직전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았을 때 기회를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16일 현지 영문매체 더스타가 보도한 김정남 관련 증언들을 살펴보면 그가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을 충분히 즐기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의 단골 한식당을 운영하는 알렉스 황씨는 더스타에 “김정남은 말레이시아에 오는 것을 즐거워했지만, 암살을 두려워해 항상 보디가드들과 함께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정남 일행이 CCTV 작동을 멈추는 장치를 가지고 다니는 것 같았다”면서 “그가 떠난 후 CCTV를 확인해 보면 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황씨에 따르면 김정남은 말레이시아에 올 때면 늘 도심의 5성급 고급 호텔에만 체류했고, 현지 레스토랑 가운데서도 보안이 철저한 고급 쇼핑몰 ‘스타힐 갤러리’에 있는 식당을 특히 선호했다. 알렉스 황은 김정남이 때때로 부인이나 싱가포르 출신 여자친구를 데려온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한인회 회장을 지낸 황씨는 “김정남이 평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마카오를 자주 오갔으며 이번에 말레이시아로 온 것은 사업 문제가 있었거나, 경제적 조력자들과의 협력 문제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말레이시아 지역 의장인 황씨는 김정남에게 대한민국으로 갈 것을 권유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의 다른 소식통은 김정남이 2010∼2013년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의 조카 장영철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로 있을 때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부킷 다만사라 상업지구의 주점과 창캇 부킷 빈탕 유흥가의 클럽에서 파티를 즐겼고 이웃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등 자유롭게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정남은 2013년 장영철이 평양에 소환돼 숙청된 이후로는 1년 넘게 말레이시아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2015∼2016년에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현지 정보원은 “김정남이 아마도 정보기술(IT) 사업과 연관돼 있었던 것 같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남아 기업들에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남은 14일 지인들과 마카오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하고 약속도 잡아놓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친구들은 그를 존으로 불렀다. 김정남은 평소 마카오의 지인들에게 “덤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넘게 김정남과 관계를 맺은 한 지인은 “김정남은 자신의 삶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동생(김정은)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고모부 장성택이 2013년 처형된 이후 두려움은 더 커졌지만 편집증적이거나 과도하게 조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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