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聯에선 지금… 한·미·중·일 치열한 첩보전

입력 2017-02-17 00:01
이병호 국정원장

김정남이 피살된 말레이시아는 남북 대사관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아시아 헤드쿼터(headquarter·총본부)가 모두 위치한 아시아의 주요 정보 거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과 북은 물론 미·중·일 등 주요 관계국의 첩보전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다. 특히 대외 관계가 협소한 북한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정도로 북한의 주요 우방 중 하나다. 또한 다수의 다국적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아세안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는 만큼 주요 정보기관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국가로 통한다.

세계 최고 정보 조직인 CIA의 아시아 헤드쿼터 소재지가 말레이시아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말레이시아가 사실상 미국 정보 당국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바꿔 말하면 제3국이 자기 입맛대로 정보 공작을 벌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정남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 자유롭게 활동했고, 북한이 이를 역이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당사국인 남과 북은 물론 중국과 일본 역시 김정남 피살 직후 자국 정보기관 간부급들을 말레이시아로 급파해 관련 정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 당국자는 16일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부검 결과 등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없는 구조”라며 “수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우리 정보 당국에도 말레이시아는 중요한 거점 지역 중 하나다. 이 또한 CIA 아시아 헤드쿼터 존재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보 당국과의 협업이 필수적인 대공·대외 업무 담당자들에게 말레이시아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로 통한다. 이병호 현 국가정보원장이 말레이시아대사를 역임했다. 이 원장은 당시의 경험 등을 토대로 국정원을 대외 첩보에 특화된 ‘한국의 CIA’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