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연말까지 올려라” 나토에 최후통첩

입력 2017-02-17 05:02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왼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국방장관회의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화뉴시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증액 요구를 공식화했다. 매티스는 시한을 올해 연말까지로 제시하고 이때까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의 방위공약을 조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매티스는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방위비를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매티스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한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미국이 나토에 대한 공약을 조정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나토 회원국들의 자본으로 공통방위에 대한 지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들이 여러분 자녀들의 안전을 당신들보다 더 잘 지킬 수는 없다”며 “더 이상 미국의 납세자들이 서구 가치의 방어를 위해 불균형한 분담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매티스는 구체적으로 “나토 회원국들은 방위비 지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방위비를 GDP의 2% 이상 지출하는 나라는 나토 28개 회원국 중 미국 영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폴란드 5개국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매티스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나토 회원국들에 최후 통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매티스는 방위공약 재조정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NYT는 나토가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미 국방부가 나토 주둔 미군 규모를 줄이거나 침공의 기준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부 나토 회원국은 매티스의 요구에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체코의 마르틴 스트로프니키 국방장관은 “매티스 장관의 연설은 놀라운 것도 아니고,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체코의 방위비 지출은 GDP의 1%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인상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5월 브뤼셀을 방문할 때 또다시 방위비 인상 요구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티스의 방한 때 방위비가 거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국의 국방 분야 투자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데 미측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위비 지출은 GDP 기준 2.4%로 나토 기준을 훨씬 웃돈다.

그러나 나토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지지만 한국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연구위원장인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경우 국익에 기반해 꼼꼼한 협상을 하겠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