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용의자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는 ‘다국적군’으로 드러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 발표대로라면 이들은 북한 당국에 포섭돼 범행에 동원된 현지인일 가능성도 높다.
16일 말레이시아 중문지 동방일보에 따르면 현지 수사 당국은 이들이 특정 국가의 정보기관에 소속된 공작원은 아니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즉 북한 국적의 공작요원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신문은 체포됐거나 도주 중인 남녀 용의자 6명이 살인 청부를 받은 암살단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김정남 암살을 모처로부터 의뢰받고 임시로 구성된 조합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일반인처럼 일상생활을 하다 지령을 받으면 암살자가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대로라면 북한 정찰총국 등 공작기관이 제3국 출신 암살자들을 별도로 고용해 청부살해했을 개연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현지 경찰은 김정남 살해를 모의, 계획, 의뢰한 배후를 추정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은 아직 이 국가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물론 북한 공작원이 국적을 세탁해 범행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완전 배제할 순 없다.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주범인 김현희와 김승일은 ‘하치야 마유미’와 ‘하치야 신이치’라는 이름의 일본인 부녀 관광객으로 위장했다. 1996년 간첩 혐의로 체포된 조선족 출신 정수일도 레바논 국적의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남한에서 아랍인 행세를 했다.
공작원이 위장 신분을 사용하는 것은 북한만의 일은 아니다. 발각 시 외교 분쟁 소지가 큰 해외 공작활동을 하려면 신분 위장이 불가피하다. 현지 수사를 혼선에 빠뜨려 탈출 시간을 버는 측면도 있다. 북한에서 여권과 신분증 등 문서 위조는 ‘314연락소’가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서는 노동당 작전부 산하에 있다가 2009년 다른 공작 부서와 함께 정찰총국에 통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314연락소는 신분증 외에 무기와 통신기기, 가짜 달러화를 만들어 공작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조성은 기자
다국적 암살조, 청부살해단?
입력 2017-02-16 18:10 수정 2017-02-17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