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63)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은 5개월 만에 뒤집혔다. 기사회생한 홍 지사는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성 전 회장의 사망 직전 통화 내용과 정치인 리스트가 적힌 메모, 성 전 회장 지시로 1억원을 전달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홍 지사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인 점이 참작돼 법정 구속은 면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 판단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1심이 유죄 증거로 채택한 ‘1억원 전달자’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진술 내용이 추상적이고 일부 내용이 바뀌는 등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윤 전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한 시점은 2011년 6월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태가 터진 후 윤 전 부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진술한 시점은 2015년 4월 이후다. 앞서 1심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4년이 지난 점 등을 고려하면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검찰은 “측근들이 홍 지사의 금품 수수를 기정사실화한 녹음파일까지 있는데 무죄라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해당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이완구(67) 전 국무총리에게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었다.
홍 지사는 선고 이후 서울 여의도 경남도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건 급한 게 아니다”며 피해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후보로 나와 있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슬롯머신 기계 앞에 앉아서 10센트 넣고 100만불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양박, 양×× 같은 친박들하고 청와대 민정이 주도해서 내 사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선고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양민철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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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1억 수수’ 항소심서 무죄… ‘족쇄’ 풀린 홍준표, 대선 출마 열어뒀다
입력 2017-02-16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