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삼성의 관심은 온통 법원에 쏠렸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법리적 자신감을 보였지만, 민감한 여론 탓에 법원의 판단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창사 이래 첫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까봐 하루 종일 극도로 초조한 분위기였다.
삼성은 겉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작은 일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비해 시간이 길어진 점과 법원 주변에서 시위대가 격렬하게 시위를 벌인 것 등도 혹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 몇 달간 이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으면서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해진 데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기업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 임원 인사, 조직 개편 등 올해 기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 및 채용 계획도 정하지 못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말에 해야 할 일이었지만 2017년이 시작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당장 회사 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삼성의 부담은 크다.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특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고 재판을 받게 되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은 사실상 모든 게 정지된다.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 비상 상태를 정리할 ‘비상 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렵다.
당장 다가오는 주요 일정에서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가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하만이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와 합병 여부를 결정한다. 27일부터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도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과 올해 사업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 다음 달에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갤럭시S8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경영 이슈는 이 부회장이 없어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겠지만, 큰 의사 결정은 이 부회장 거취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삼성, 극도로 긴장한 채 상황 예의주시
입력 2017-02-16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