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오사카 게이트 타워’ 건물주는 5∼7층 임대료를 한신고속도로로부터 받는다. 고베와 오사카를 잇는 한신고속도로가 건물의 5∼7층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1989년 일본 정부가 도로의 지상과 지하 공간을 복합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체도로 제도’를 도입한 뒤 지어졌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 같은 고속도로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그동안 공공 목적이 아니면 개발이 불가능했던 도로 상부와 하부를 민간에 개방하고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기업 특혜 논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신산업 규제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도로 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통한 미래형 도시건설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도로 부지는 국·공유지로 민간이 시설을 조성하거나 개발할 수 없었다. 현재 도로 지하에 조성된 상가 등은 공공이 이용하는 도시계획시설로 구분돼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한 뒤 일부를 민간에 임대한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는 지하도로 상부 공간엔 공공시설 외 공연장, 상업시설 등 복합공간을 민간이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서초구가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6.4㎞ 구간 지하화 사업도 가능해진다. 창고나 주차장 등 제한적으로 쓰이던 고가도로 하부도 문화·복리시설이나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도 활성화된다. 주차장과 상가, 공동이용시설 등을 개발할 수 있고 건물끼리 연결하는 구름다리도 만들 수 있다.
시장에선 새로운 건축 수요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특정 기업에 개발 권한을 줄 경우 특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민간 개발 업자에게 개발 이용권, 임차권 설정 권한만 주기로 했다. 재산권은 정부 소유다. 이렇게 되면 개발 업자는 40∼50년간 해당 공간의 운영권을 행사해 임대수익과 사용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정부도 논란을 의식한 듯 ‘도로공간 활용 개발이익 환수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혜 논란 해소는 이번 계획의 첫 번째 숙제”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을 청취한 뒤 환수금 비율 산정 등을 결정,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환수금을 많이 받으면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돈벌이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고, 반대로 적게 받으면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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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6 18:04 수정 2017-02-16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