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공존 구상인 ‘2국가 해법’을 포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나는 두 당사자가 좋아하는 해법을 좋아한다. 한 국가 해법이든 두 국가 해법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면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당시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팔이 국가를 각각 건설하고 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팔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에서 천명됐다. 트럼프의 발언은 지난 20여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추진 중인 정착촌 확장 문제에 대해선 보류를 요청했다. 이어 네타냐후를 향해 “우리가 앞으로 뭔가를 할 것이고, 나는 그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 정상은 이외에도 이란 정책, 트럼프가 공약한 미국대사관 이전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현재 텔아비브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해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샀다. 네타냐후는 “아랍국이 이스라엘을 더 이상 적으로 보지 않고 동맹으로 보기 시작했다”면서 “트럼프의 지도력하에 중동의 변화가 안보와 평화를 강화하는 전례 없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와셀 아부 유세프 PLO 집행위원은 “트럼프는 2국가 해법 존재를 없애려는 네타냐후의 입장을 받아들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이전 행정부의 모든 전략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또 “팔레스타인은 2국가 해법 이외에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이-팔 ‘2국가 해법’ 존폐 기로… 트럼프, 포기 가능성 시사
입력 2017-02-1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