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하던 해… 김정남 측근 집중 처형

입력 2017-02-17 05:01

한때 북한 후계 1순위로 거론됐던 김정남은 김정은 체제가 부상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전후 김정남 측근들을 차례로 제거하며 김정남의 손발을 묶어나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 고위 탈북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김정남 주변 인사들 숙청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우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베이징에서 근무한 곽정철 전 주중대사관 당 비서가 김정남과 접촉한 혐의로 2011년 처형당했다. 북한 무역성 당 비서를 지낸 곽 전 비서에게는 김정남과 세 차례 만났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그 가족 역시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고 VOA는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려항공 베이징지사 대표와 부대표 3∼4명도 같은 해 처형됐다. 김정남의 해외여행을 돕던 실무자들까지 숙청 대상이 됐다. 베이징에서 김정남을 도왔던 노동당 대외연락부(255국) 소속 요원들도 처형됐다. 이들은 나중에 간암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고 VOA는 전했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부각된 2009년에도 김정남 측근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있었다. 그해 4월 김정남이 평양에서 숙소로 사용하던 ‘우암각’에서 김정남 측근들이 대대적으로 검거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주요 측근들 검거 당시 마카오에 있던 김정남은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 측근 정리 작업의 정점은 2013년 12월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이다. 당시 국정원은 “권력투쟁이 아닌 이권을 둘러싼 갈등이 비화된 사건”이라고 설명했지만 김정남과의 관련설이 잇따라 제기됐다.

장성택의 조카 장용철 전 주말레이시아대사가 김정남과 접촉해 돈을 주는 등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이 김정남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장 전 대사는 장성택 처형에 앞서 북한으로 소환돼 아들과 함께 처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장 전 부위원장 측근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김정남의 북한 내 연결고리 역시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