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사이트로 큰돈을 번 ‘나쁜 친구’를 감금하고 협박한 ‘더 나쁜 친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30년 지기 A씨(45)를 감금한 뒤 돈을 뜯어낸 혐의(특수강도)로 유모(45)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강모(39)씨와 오모(39)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유씨 등은 지난달 9일 오후 5시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A씨를 감금한 뒤 살해하겠다고 협박해 현금 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와 A씨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유씨가 아파트를 살 때 A씨가 4억5000만원 상당의 돈을 빌려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유씨는 3년 전부터 도박에 손을 대면서 2억원이 넘는 빚을 졌고,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렸다. 유씨는 A씨가 3년 동안 필리핀에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거액을 벌어들인 뒤 최근 입국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유씨는 부정하게 번 돈이기 때문에 이를 빼앗아도 A씨가 경찰에 신고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경비업체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강씨에게 “성공하면 2억원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강씨는 지인 오씨도 끌어들였다.
범행 당일 유씨는 “오늘 아파트를 팔고 잔금을 받는 날이니 아파트 살 때 빌린 돈을 갚겠다”며 A씨를 남양주 아파트로 유인해 흉기로 협박했다. 겁에 질린 A씨는 현금 50억원을 보관해 둔 곳을 털어놨다. 이후 풀려난 A씨는 큰 배신감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범행 직후 캄보디아로 도피했지만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없자 숨겨둔 돈을 찾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 12일 경찰에 붙잡혔다. A씨도 도박 개장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유씨 일당이 숨겨둔 돈 중 11억6000만원을 압수한 뒤 나머지 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건 인사이드] 참 나쁜 친구… ‘불법 토토’로 50억 번 친구 협박해 강탈
입력 2017-02-1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