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朴 대면조사 시간 너무 길지않게 해달라”

입력 2017-02-17 05:01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조율을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는 가운데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시간’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 조사 시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청와대와 특검의 말을 종합하면, 양측은 큰 틀에서 지난 9일로 예정됐던 대면조사에서 합의된 사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청와대 경내에서 언론 비공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 특검과 청와대 모두 대면조사 실시에 긍정적인 입장인 만큼 이르면 17일, 늦어도 다음 주 초쯤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일정이 사전에 노출되며 대면조사가 한 차례 무산된 것을 고려한 듯 “현 단계에서 대면조사 관련 드릴 말씀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변수는 청와대 측이 최근 ‘박 대통령의 신분과 나이,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오랜 시간 특검 조사에 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특검의 대면조사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해 달라는 의미다. 특검에 소환된 주요 피의자들이 대부분 밤샘조사를 받는 것에 비춰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심야까지 이뤄질 수 있다. 청와대로서는 대면조사가 길어지면 박 대통령이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사전에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일단 청와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인 남은 수사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단 한 번뿐인 만큼, 최대한 조사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어느 정도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감시간을 미리 정할 경우 자칫 시간에 쫓겨 대면조사가 부실해질 위험도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시 ‘불필요한 질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효율적인 조사를 진행해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청와대와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