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지난 13일 살해된 김정남이 평소 마카오의 지인들에게 “덤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해 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10년 넘게 김정남과 관계를 맺은 한 지인은 “김정남은 자신의 삶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동생(김정은)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고모부 장성택이 2013년 처형된 이후 두려움은 더 커졌지만 편집증적이거나 과도하게 조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14일 지인들과 마카오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 친구들은 그를 존으로 불렀다. 이 지인은 “이날 낮 친구 중 한 명이 존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말했다”면서 “존은 해외에 있더라도 항상 연락이 됐기에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존이 그 전날 말레이시아에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김정남은 마카오에서 여유롭게 지내며 자신이 중국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느꼈다”며 “마카오는 그에게 안전했으며 그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프랑스와 포르투갈 와인을 즐겼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이 사우나와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김정남이 전자 게임을 확실히 좋아했지만 도박꾼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지인들은 김정남이 쾌활하고 남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지인은 “한국 자선 단체는 아니었지만 북한인을 돕는 자선 사업에도 일부 관여를 했고,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도 도왔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가끔 관련 농담을 던지기도 했지만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인은 “김정남은 아버지(김정일)의 뒤를 잇기를 바라지 않았고 김정은 정권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지인은 “내 생각에 그는 언젠가 북한에서 정치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랐던 거 같다”면서 “진심으로 북한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 여건에 대해 걱정했다”고 밝혔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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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평소 ‘덤으로 사는 느낌’이라 말해”
입력 2017-02-16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