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압수수색 어려워졌지만 수사 회피 안 된다

입력 2017-02-16 17:39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에 대한 특검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다’. 서울행정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특검의 청와대에 대한 강제적 압수수색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옳고 그름을 떠나 행정소송은 국가기관으로부터 권리를 침해받은 국민이 내는 것으로, 특검은 원천적으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뜻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안다. 물론 재판부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특검의 소송이 꼭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법률 전문가들이 모인 특검이 법 논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청와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환기시켜 압수수색을 관철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청와대도 잘한 것은 결코 없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법리 문제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와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적인 절차다. 법률적으로는 압수수색 거부가 합당하지만 그렇다고 압수수색 거부 자체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설사 재판부 판단이 그렇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실규명 차원에서 압수수색에 응하는 것이 옳다.

같은 취지에서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며 또한 제대로 해야 한다. 압수수색이 사실상 무산됐는데 대면조사마저 얼렁뚱땅 이뤄진다면 국민들이 수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항간에서 ‘조사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청와대 측 주장이 흘러나오는데 적절하지 않다. 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공식·비공식적으로 특검의 수사가 일방적이고 정치적이라고 주장해 오지 않았던가. 이번 대면조사야말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따라서 시간에 제한을 두지 말고 특검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묻고, 대통령은 최대한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다.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이 오는 28일 끝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주나 늦어도 다음 주에는 대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검이 요청한 것처럼 수사기간이 30일 연장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대면조사를 더 이상 지연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일정이 공개되면서 이미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엔 박 대통령 측은 이런저런 이유로 대면조사를 회피해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특검 측도 쓸데없이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 어느 쪽이든 힘겨루기 차원이나 여론조성용으로 접근한다면 진실규명은커녕 더 큰 정치적 논란만 키우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것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길이고, 또한 국민적 의혹을 제거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