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진실 규명 외면하는 ‘공복’

입력 2017-02-16 17:34 수정 2017-02-16 21:12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헌법재판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헌재는 오는 20일 제15차 탄핵심판에서 최 차관을 증인으로 불러 미르재단 설립 경위 등을 물어볼 예정이었다. 최 차관은 지난 14일 최순실씨 관련 재판의 증인으로도 채택됐지만 이를 연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6일 “최 차관이 20일부터 홍콩 해외출장 일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을 때 미르재단 설립 추진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국회에 출석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 특혜’ 의혹에 대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여야 의원들은 공정위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정 위원장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이 “특검 수사 관련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밝히라는 것”이라고 답답해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정 위원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이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이라는 청와대 외압에 굴복했다는 의혹에 휩싸여있다.

두 사람은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다. 아마 이번 정권이 마지막 공직생활일 가능성이 높다.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체면을 구겼다. 두 사람 모두 ‘최순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없다며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국정농단의 협조자’일 뿐이다. 지금은 최씨를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협조하는 것이 공복(公僕)으로서 두 사람의 마지막 의무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