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값비싼 교훈 남긴 한진해운 파산

입력 2017-02-16 17:39
한진해운이 17일 법원의 파산선고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진해운의 침몰은 경영 문외한인 재벌지배의 한계, 정부의 주먹구구식 구조조정 후유증 등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주주는 해운경기가 장기 침체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정부는 산업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경제외적 논리에 매몰돼 해운사 합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금으로서는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우선 고사 위기에 빠진 해운업에 대한 도움이 절실하다. 한진해운 좌초로 운송 능력이 반토막 난 국내 해운업은 최악의 상태다. 주요 글로벌 화주는 우리를 외면한다. 세계적인 해운 물동량 둔화와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의 총량) 공급과잉이라는 악조건이 더해진 데다 해외 선사들은 몸집 불리기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 업계의 위기는 이미 현실화됐다.

정부가 지난 15일 후속대책을 마련했으나 미흡한 감이 있다. 정부는 수년 내 국내 선복량 1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넘길 정도의 선대(船隊) 규모를 만들기 위해 최대 20척의 선박 건조를 지원하고 국적터미널 운영사를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등 법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업계 역시 강도 높은 자구책을 펴고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힘을 모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걱정이다. 부산항 부두 하역대금과 육상운송업체 미수금 등 467억원이 체불됐다.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이 없어 현실적으로 지급 될 가능성은 낮다. 협력업체 근로자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선용품, 급유·급수, 컨테이너 수리 업체의 매출도 크게 줄었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한진해운 직원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진해운 파산은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정부는 일단 후유증을 줄이는데 진력하되 앞으로 산업 구조조정 전반을 재점검해야겠다. 선제적 구조조정의 실패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 경험한 만큼 미비점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