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100억 사나이’ 가세 큰 힘… 우승 축배 들 것

입력 2017-02-17 05:01
KIA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이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치탄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승과 함께 KIA를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KIA는 올 시즌 두산 베어스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김 감독에게 ‘우승후보 감독이다’라고 말하자 “지난해에는 안 좋은 전력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렇게 봐 주시니 기분이 좋다”며 “재미있게 받아 들이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우승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며 “하늘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현지 전지훈련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감독은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목표의식이 우리 팀에 있다”며 “선수와 스태프가 감독의 의중을 너무 잘 알고 따라준다. 그런 것을 보며 나도 에너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KIA의 훈련장에는 웃음꽃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 한 가운데 김 감독이 있다. 전날 외야수 김호령이 뒤늦게 한국에서 오키나와로 왔다. 그런데 김호령이 감독을 보더니 갑자기 꼭 끌어안으며 “형님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하더란다. 김 감독은 경기에서만 형님 리더십을 세우는 게 아니라 선수단으로부터 진짜 형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KIA가 우승후보로 꼽힌 것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100억원을 깬 최형우의 가세가 결정적이다. 김 감독은 “최형우가 와서 중심타선 고민을 덜었다. 3번과 4번을 김주찬과 최형우로 고정시킬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벌써부터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최형우 뒤에서 타점 올리기 좋은 6번 타자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한다. 김 감독은 “5, 6번에는 나지완과 이범호 등을 배치시킬 계획인데 서로 6번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며 “사실 6번이 타점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타선인데 이 선수들이 그런 욕심이 있다”고 껄껄 웃었다.

최정상급 타자임에도 부상이 잦은 김주찬의 몸 컨디션 상태도 자주 점검하고 있다. 김주찬의 몸은 현재 정상이라고 한다. 전날 연습경기에선 안타 두개를 쳤는데 하나는 펜스를 직접 맞히는 타구였다. 김 감독은 “너무 컨디션이 좋아서 나도 화들짝 놀랐다. 좀 쉬어가면서 해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이 승률 5할 언저리에서 맴돈 점을 염두에 둔 듯 김 감독은 “곳간에 쌀을 가득 담은 상태에서 야구를 하고싶다”고 강조했다. 좀 여유 있게 경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 매일 5할에서 마이너스 2, 이런 식이어서 피가 말랐다. 이제 승수를 쌓아서 좀 편안하게 경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6연승하고 1패,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하고 싶다. 그게 바로 강팀이다. 나는 KIA를 우승을 넘어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떤 야구를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김 감독은 “경기장에서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 그리고 재미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에게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못 하는 것은 괜찮지만 안하는 것은 용서가 안된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년 시즌 선수 라인업 구상에 대해 물어봤다. 가장 관심이 가는 선발요원은 8명 정도를 후보군으로 꾸리겠다고 한다. 선발은 양현종과 외국인 선수 두 명 외에 홍건희, 김윤동, 김진우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신예 김현준도 선발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끝으로 “그래도 우승하겠다는 말은 끝까지 안한다”고 짓궂게 묻자 그의 대답은 이랬다. “마지막에 홈구장인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축배를 들겠습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