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도진스키’다. 러시아 이름의 끝에 흔하게 들어가는 ‘∼스키’를 붙였는데, 후배들이 달아준 일종의 ‘명예 훈장’이다. 키 180㎝ 단단한 체구에 중저음의 직설적 말투, 저돌적 리더십, 그리고 숫자 등 디테일도 강하다. 가끔 소주잔 기울이는 것도 즐겨 러시아 장교 같다는 말을 들었다.
취임 50일째를 맞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을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전 7시 출근을 고수하는 김 행장은 이날도 새벽 조찬포럼을 소화한 뒤 숨 돌릴 틈 없이 취재진과 마주 앉았다. 그는 현장 영업과 실행력(實行力)을 강조한다. 내실(實)을 극대화하고, 솔선수범해서 행동(行)하며, 혁신을 힘(力)있게 추진하자는 뜻이다.
시작은 구두 이야기였다. 김 행장은 첫 소집한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1000여 켤레를 선물하고도, 정작 자신이 선물 받은 구두는 돌려줘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
-1000여 켤레 구두 사이즈 맞추기 힘들었겠다.
“국책은행이라 구두 마련도 수의계약으로 못하고 입찰 받아서 주문했다. 4가지 디자인 가운데 사이즈별로 선택하게 도왔다. 현장 위주 영업을 강화하자는 뜻이다. 3년 임기 동안 전국 660개 점포를 한 번씩 가보려 한다. 고생하는 직원들이 있는 현장에 가서 등도 두드려주고 격려도 하고. 은행장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고객과 현장을 곁에 두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취임 첫날 노동조합에서도 행장에게 구두를 선물했던데.
“하하. 노조위원장이 제게 구두를 선물했는데, 이것은 나중에 되돌려줬다. 김영란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것은 괜찮은데, 직원이 제게 선물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마음만 받고 돌려드렸다.”
-새해 첫 영업일에도 시무식 대신 영업 현장을 찾았다.
“인천 원당지점에 갔다. 2005년 첫 지점장을 맡았던 곳이다. 지금이야 좋아졌지만 수도권 매립지 부근이어서 비가 오면 진흙탕으로 변했다. 그때 본부에 부탁해 지점의 업무용 차량을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꿨다. 그걸 타고 현장을 돌았다. 승용차 말고 지프 타는 지점장이라고 소문났었다. 또 당시 지점에 TV가 없었다. 42인치 대형 벽걸이 TV를 제 돈으로 구입해 들여놓았다. 230만원 정도였다. 그 TV에 관내 음식점, 약국의 홍보 영상을 틀었다. 신도시라서 개업 점포들이 많았는데, 사장님들이 우리를 기억하도록 전단을 지점에 배치하게 도왔다. 그렇게 뛴 결과 2년간 전국 실적 1등을 했다. 최우수 마일리지, 지점장 1등상을 수상했던 곳이다.”
-1월에 대대적 인사이동도 있었는데.
“1만3000명 가운데 2300여명 인사를 했다. 조직정비 차원이었다. 제가 전략기획부장과 경영전략담당 부행장을 하며 조직이나 재무를 많이 봐 왔기에 외부에서 은행장이 오시더라도 즉시 결재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운 좋게 제가 내부 출신으로 선임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월에만 인사를 비롯해 160∼170건 결재를 했다. 20영업일 기준이면 하루 8건 이상이다. 공식 일정도 하루 5∼6건 정도. 사실 최고경영자(CEO)를 너무 돌리면 안 되는데(웃음), 지금까진 팽팽 돌렸다. 이제 좀 나아지겠지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에 더 어려움 예상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원래 은행은 좋다. 그런데 그건 활황일 때고. 지금은 저성장기라서 문제다. 금리 0.25% 포인트 올라가면 이자 수익은 300억원 늘어나는데, 충당금 적립이 250억원 들어 효과가 미미하다. 우리는 한계기업 옥석 가리는 일을 충실히 하겠다. 본연 임무인 중소기업 자금 지원은 올해 1조5000억원 더 늘린 43조5000억원을 계획 중이다.”
-32년 만에 행원에서 행장이 됐다. 비결이 뭔가.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고, 운구기일(運九技一)이다. 다들 마찬가지인데, 아침 7시 회사 내 자리에 앉고, 규칙적으로 생활했고, 은퇴 후에도 보람이 남도록 열심히 했다. 인사는 본인이 하는 것, 회사에서 시켜주는 게 아닌 것이란 생각으로 일한다.”
■김도진 행장은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대구 대륜고와 단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했다. 경영전략 그룹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제25대 기업은행장에 올랐다. 서울 화곡동 강서성결교회에 출석한다.
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인터뷰]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영업점장들에 구두 1000켤레 돌렸죠”
입력 2017-02-16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