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희망찾기-‘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 환자 20명… 증상 10년 후 병명 알기도

입력 2017-02-19 20:37 수정 2017-02-20 11:21

인구 10만명 중 1명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희귀질환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TTR-FAP)’은 국내 환자가 약 20명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질환이다. 발·다리의 통증, 따끔거림, 식욕 감퇴, 반복되는 설사와 변비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경험해본 것이 이 질환의 대표 증상이다.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한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병에 걸릴 경우 변형된 단백질에서 생성된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계에 쌓이면서 병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질환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그 동안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기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치료를 위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질환이 희귀한데다 다른 말초 신경병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환자들이 제대로 진단받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증상이 나타난 지 최대 4년은 기본이고 길게는 10년까지도 병명을 몰랐던 환자들도 있다.

또한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의 치료 방법도 제한적이었다. 기본 치료법으로는 간이식술이 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적용사례가 없었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경우, 심장질환을 동반한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 환자에게 심장 관련 이상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 질환 진행을 늦춰주는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1단계 증후성 다발신경병증 성인 환자에게 말초신경 손상을 지연시키는 타파미디스가 지난 2015년 4월 이 질환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 치료제는 간 이식이 어려운 환자에게 가장 먼저 권고되는 치료제로, 간 이식이 성공사례가 없는 국내에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타파미디스의 임상시험 결과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98% 안정화시켜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막고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위약과 안전성·내약성이 유사하다는 점도 확인돼 환자들에게 치료의 희망을 전하고 있다. 현재 이 치료제는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대해 A병원 신경과 B교수는 “기존에 치료제가 없었던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 신약이 개발된 만큼 환자들이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B교수는 “조기진단과 치료 환경 조성을 위해 희귀질환관리법 등 정부도 노력하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초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과도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지 않도록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송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