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2000년대 중반 박근혜 대북 비선이었다”

입력 2017-02-15 21:3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2000년대 중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비선 루트로 활동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산하기관인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다. 특히 당시 박근혜 의원 편지가 김정남과 장성택을 거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됐다는 얘기도 많다.

주간경향은 지난 11일 박 의원이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친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친서는 USB메모리와 출력물 형태였으며 유럽·코리아재단 소장인 장 자크 그로하가 베이징에 건너가 김정남에게 건넸다고 한다. 유럽·코리아재단은 박 대통령이 한때 이사로 재직했던 곳이기도 하다.

주간경향은 2005∼2006년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관계자가 주고받은 메일을 공개했다. 2005년 12월 1일자 메일에서 김정남은 “명년 2월 23일이 고모부(장성택) 회갑이다. 한복을 지어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옷감, 재질, 체형 등 구체적 수치가 필요하다. 장 자크 그로하를 통해 치수 재는 법 등의 설명이 들어있는 그림을 보내겠다”고 답변했다.

김정남은 나흘 뒤인 2005년 12월 5일자 메일에서 “메일 잘 받았다. 고모부님 체중과 키를 알려드리겠다. 고모부님 얼굴색은 연합뉴스 자료사진에 있는 그대로다”고 했다. 특히 “너무 하얀 편은 아니지만 김건모(남한 가수)처럼 시커멓지도 않다. 중간 정도인 것 같은데…”라면서 남한문화에 정통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성택은 이 라인을 통해 남한 역술인에게 점을 보기도 했다.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음력 2월, 6월, 9월을 조심하고 아주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 내년까지만 삼재다. 지나면 좋으실 것 같다”고 전달했다. 또 김정남과 김경희, 장성택에 보낸 부적을 두고 논의하는 메일도 있었다.

2011년 말 국가정보원이 김정남 망명 공작을 벌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김정남이 피살된 시점이 주간경향 보도 직후여서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 내용을 보고받고 격분해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국내의 한 언론이 2012년 김정남 망명 시도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다”면서 “김정은이 이 보도를 접하고 격분해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거나 김정남이 망명을 시도해 그것을 막고자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