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법의 판단은 뇌물공여 혐의 소명 여부에 달렸다

입력 2017-02-16 05:02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특검보(오른쪽)가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과 불구속의 갈림길에 섰다. 17일 새벽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의 판단은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혐의소명 정도가 핵심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은 총 5개 죄목을 적용해 구속수사 의지를 드러냈고, 삼성은 이를 반박하고 나서면서 사전 신경전도 치열하다.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박근혜(65) 대통령-이 부회장-최순실(61)씨 간 3각 뇌물구도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이 부회장에게 5가지 혐의가 적용됐지만 뇌물공여 혐의가 핵심이고, 나머지는 뇌물 혐의에서 파생되는 구조다. 새롭게 추가된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또한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금품이 ‘뇌물 성격을 띤 증여’라는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결국 지난달 19일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처럼 뇌물공여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의 얼개는 1차 구속영장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최씨 독일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맺은 213억원대 계약, 최씨 조카 장시호(38)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여원을 뇌물로 본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15일 “뇌물공여 금액은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관건은 특검이 보강수사를 통해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대가성을 뒷받침할 간접증거를 얼마나 추가로 확보했는지 여부다. 이번 사안처럼 공여자의 자백이 없는 경우 뇌물죄 입증은 간접증거를 통해 이뤄진다. 앞서 법원은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혐의 소명 부족’을 사유로 들었다. 특검이 제시한 증거들이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관계를 규명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단지 정황을 설명하는 간접증거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법원으로서는 판단에 더 신중해 질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특검이 다른 대기업 수사를 모두 제쳐두고 증거 보강에 힘을 쏟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검은 한 달 가까이 보강수사를 벌여 삼성물산 합병 이후 새롭게 발생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최씨 딸 정유라(21)씨에게 명마 블라디미르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을 규명하는 등 수사를 한 단계 진척시켰다. 특검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 여러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며 “법원의 엄격한 심사기준을 고려해도 충분히 재청구 이유가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삼성SDI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외부전문가 등이 포함된 전원회의를 거쳐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삼성이 특혜를 바라고 개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새롭게 추가된 죄명은 기존 뇌물혐의 사실관계에 새로운 혐의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최씨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프레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영장전담판사를 지낸 한 법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경우 애초 기각 사유가 얼마나 보강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된다”며 “결국 특검이 보강해 제시하는 뇌물공여 혐의의 간접증거들이 판단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검이 제시한 새로운 혐의를 구속 사유로 인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관계자는 “같은 사실관계에 여러 혐의가 붙을 경우 그중 일부가 소명되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