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현안 외면했다는 지적 동의 못해…문체부 검열 있었지만 밀고나가”

입력 2017-02-16 18:12
김윤철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의 작품은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 이념에 따라 관객을 나누는 대신 성찰을 통해 외연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국립극단을 떠난 뒤엔 평론가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예술감독을 하면서 창작자들과 가까워졌기 때문에 평론가로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김윤철(68)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지난 3일로 3년 임기가 끝났지만 당분간 이 단체를 더 이끌게 됐다. 블랙리스트 파문의 한가운데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연극계의 반발을 우려해 후임 감독을 임명하지 않아서다.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 감독은 “예술감독을 마친 뒤에는 한동안 쉬고 싶다. 그런 후 그동안의 연극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8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국제연극평론가협회장으로 선출돼 3차례(임기 2년) 연임하는 등 저명한 평론가로 손꼽혀 왔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에 임명됐을 때 제작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논란도 있었지만 지난 3년간 매년 20편 안팎의 제작을 진두지휘해 왔다. 작품 유료점유율은 2014년 53.9%(객석점유율 82.1%)에서 2015년 68.8%(86.2%), 2016년 75.0%(87.8%)로 껑충 뛰었다.

그는 “시즌 단원제 도입을 최고 성과로 꼽고 싶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발된 시즌 단원들 덕분에 연기 앙상블이 좋아졌다”면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통해 한국 연극의 뿌리인 근대극을 조명한 것은 국립극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국립극단이 세월호 등 한국 사회의 현안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시의성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반드시 현안 그 자체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을 예술적으로 판단해야지 주제적으로만 판단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국립극단이 공연한 연극 ‘산허구리’의 경우 배가 가라앉는 부분과 세월호와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산허구리’는 자연을 토대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배가 가라앉는다는 것만으로 인재 때문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이 작품을 연결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비평이 아니라 비난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극단에 번역극이 많고 창작극이 적었다는 비판은 수용했다. 다만 번역극이라고 해서 한국 사회나 현대 한국인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매카시즘을 비판한 ‘시련’이나 치매를 다룬 ‘아버지’의 경우 미국과 프랑스 작품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너무나 맞는 작품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동안 창작 희곡을 개발하기 위해 애썼지만 무대에 올리기엔 매번 완성도가 부족했다”며 “다행히 올해엔 창작 희곡 개발 프로그램의 성과를 일부 맛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국립극단은 해외 연출가를 6명이나 기용해 ‘내셔널 시어터’가 아니라 ‘인터내셔널 시어터’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때문에 국내 연출가와 작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는 “이윤택 고선웅 김영하 박근형 등과 작업할 때 문체부로부터 여러 차례 우려를 들은 것은 사실이다. ‘위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번 문체부를 설득해 문제없이 공연을 올렸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는 한불 상호교류와 재공연 등이 겹치면서 해외 연출가가 유독 많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해외 스태프와의 작업을 통해 한국 연극계가 다양한 작업방식을 접하길 바랬다”고 답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