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이 15일 김정남 살해 혐의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하고 있던 여성 1명을 체포했다. 현지 경찰은 살해 용의자로 당초 알려진 여성 2명 외에 남성 4명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을 추적 중이다.
‘더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9시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앞에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여성 도안 티 흐엉(29)을 붙잡았다. 탄 스리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경찰청 차장은 “체포된 여성은 피살 사건 직후 공항 CCTV에 포착된 사람”이라고 확인했다. 북한 및 베트남 외교관들이 조사에 참여해 여성의 국적을 확인 중이다. 이 여성은 공항 인근 호텔에서 머물다 베트남으로 출국하려고 혼자 공항에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여성과 공범으로 추정되는 남성 4명도 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가 일단 북한 출신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면서 해당 여성이 진짜 범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인을 고용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 범인으로 오인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또 과거 무하마드 깐수(본명 정수일)의 사례처럼 북한 공작원이 베트남인으로 위장해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지난 13일 살해된 김정남은 5년간 끊임없는 암살 시도에 시달리다 피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나와 “북한이 김정남 암살을 5년 전부터 계속 시도해 왔다”며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의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사항)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남 살해 시도가 2012년에도 있었다”며 “김정남이 2012년 4월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 달라’는 서신을 발송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암살을 주도한 곳은 정찰총국을 비롯한 정보 당국으로 추정된다.
최근 불거진 김정남의 망명설이 암살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남의 망명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암살 시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최근 한 매체가 김정남의 2012년 망명 시도를 상세히 보도했다”며 “김정은이 이를 접하고 망명을 막고자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이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본 지지통신은 “김정남이 망명정권 간부로 취임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김정남 암살 시도를 김정은의 성격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이 원장은 “김정남이 자신의 처신에 위협이 된다는 계산적 행동보다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정남의 시신은 사인 규명을 위해 이날 오전 푸트라자야 병원에서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옮겨져 부검이 이뤄졌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참관하에 실시된 부검은 오후 7시50분쯤 종료됐다.
쿠알라룸푸르=신훈 특파원 zorba@kmib.co.kr
‘암살 혐의’ 베트남 여권 가진 여성 체포
입력 2017-02-15 17:48 수정 2017-02-15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