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스캔들’이 트럼프 측근들의 연루설로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으로 러시아와 외교 문제를 논의한 혐의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했지만 역풍이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 인사들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도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와의 커넥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이 실시되기 훨씬 이전부터 트럼프의 고위급 측근이 반복적으로 러시아 정보기관과 접촉했다. 미 사법 당국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정보를 수집하던 중 트럼프 측 인사와 러시아 정보기관의 통화 기록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까지 선거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와 캠프 외교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 공화당 정보통인 로저 스톤 등도 수사 대상이었다.
의회는 당파를 넘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플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이미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문제를 훑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존 코린 상원 원내총무와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들도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하는 것과 동시에 의회는 독립위원회를 꾸려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태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와도 비견된다. 유명 언론인 댄 래더는 SNS에 “정부가 느끼는 충격도로 보면 워터게이트 진도는 9, 러시아 스캔들은 5∼6”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대응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한편 정찰기를 동원해 미군을 자극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 군용기가 지난 10일 흑해를 순찰하는 미 해군 구축함 주위를 근접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퍼거드 미 유럽사령부 대변인은 전폭기 Su-24와 대잠초계기 IL-38이 세 차례에 걸쳐 미 구축함 포터함 90m 상공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찰선도 13일 미국 델라웨어주 연안에서 약 110㎞ 떨어진 대서양 해상에 나타난 모습이 미군에 포착됐다.
반(反)러시아 여론 확산을 의식한 듯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플린 사퇴 후폭풍] 러 스캔들, 트럼프의 워터게이트 되나
입력 2017-02-15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