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암살’ 변수… 안보이슈 불지피는 범여권

입력 2017-02-15 18:20 수정 2017-02-15 20:59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왼쪽부터)이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김정남 피살’ 사건이 대선 정국을 흔들 돌출변수로 떠올랐다. 대형 안보 이슈가 등장하자 여야 전선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세였던 범여권은 안보위기론을 부각해 보수표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풍’(北風·선거에서의 북한 변수)은 보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안보 불안이 커질수록 대화 국면보다는 강력 대응 기조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피로감도 적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거라는 반론도 많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어 김정남 독살 소식까지 전해지자 정치권은 대선 주자들의 안보관을 검증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외에 이렇다할 의제가 없었다. 개헌이나 대연정 같은 정치권의 이슈들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범여권은 지지율 열세를 만회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 바른정당은 15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확고한 안보태세를 강조했다. 정병국 대표는 “자신의 이복형제를 살해한 김정은의 독침이 미사일이 되어 언제 우리를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에 있어 어설프고 감성적인 접근은 배격하겠다”고 했다.

반성 모드였던 자유한국당도 공세로 전환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자문그룹 ‘10년의 힘’ 공동위원장에 영입한 것을 두고 “매국행위의 장본인을 영입했다”고 비난했다. 정 전 장관이 중국 관영매체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박 대통령의 외교정책 실패”라고 주장했던 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끊겼던 고위 당정회의도 다시 열렸다. 정부와 한국당은 엄중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대중·대미 의회외교에 적극 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선 주자들은 사드(THAAD) 조기 배치를 넘어 추가 배치를 제안하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안보는 보수’를 표방해온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안보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북한발(發) 이슈를 장기적인 안보 정책 대결로 끌고 가려는 의도다. 국민의당도 사드배치 반대 재검토를 시사하며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민주당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현 여권은 경제도, 안보도 철저하게 실패했고 무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불안한 안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국민은 정권 교체를 선택해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불 지피기에도 불구하고 북풍은 결국 반짝하다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보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려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