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불안하거나, 잘나가거나

입력 2017-02-15 17:37 수정 2017-02-16 00:37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면서 김일성 직계를 지칭하는 다른 ‘백두혈통’들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김씨 일가에 암묵적으로 남아 있던 ‘형제 살해 금지’라는 마지막 금기가 깨진 셈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살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남은 백두혈통은 김정은의 숙부 김평일 체코주재 북한대사, 김정은과 같은 고용희 태생인 김정철·여정(노동당 부부장), 김정일의 정식 부인으로 알려진 김영숙의 두 딸 김설송·춘송, 김정남의 자녀 금솔·한솔·솔희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김평일은 선대 김정일과의 권력승계 경쟁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1979년 유고 주재 북한대사관 근무를 시작으로 주로 동유럽 지역 공관장을 지냈다. 오랜 해외생활 탓에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세력은 없지만 김정은이 ‘후환’을 뿌리 뽑겠다며 숙부에게도 칼을 들이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지한파 언론인으로 통하는 안나 파이필드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누가 ‘공항’을 피하고 싶어 할까요? 김정은의 숙부, 지금 프라하에 있는 북한대사”란 글과 함께 김평일 관련 기사 링크를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홍콩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이 “김정은의 자리에 김평일이 올라야 한다는 말이 북한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보다 두 살 많은 친형 김정철(36)은 당분간 살해 위협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심각한 게임중독 증세가 있어 후계자로 거론조차 되지 않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이 친형 김정철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아직은 많다. 고용희 태생으로 김정은의 친여동생이자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활동 중인 김여정(30)은 위세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김정일의 정식 부인 김영숙의 두 딸 김설송(44)과 김춘송(42)의 근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설송은 북한 내 실세로 알려져 있었지만 김정남 피살 전후 감금 상태에 놓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조성은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