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최순실(60·구속 기소)씨가 국정농단 사태를 피해 독일에 도피 중일 때에도 차명 휴대전화(차명폰)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최씨가 지난해 10월 귀국한 것도 박 대통령이 차명폰으로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 3일 출국, 독일에 머문 최씨는 10월 30일 귀국하기 전까지 박 대통령과 각자가 소유한 차명폰을 이용해 127차례 통화했다. 최씨는 독일 체류기간 동안 하루 평균 약 2.4회 박 대통령과 통화한 셈이다. 두 사람의 마지막 차명폰 통화일자는 10월 26일, 박 대통령이 최씨의 연설문 수정을 인정하고 “꼼꼼하게 챙겨보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날이다.
특검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 심리로 열린 ‘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효력정지’ 심문기일에서 박 대통령 등의 차명폰 사용 내역을 공개하며 청와대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각자 보유한 차명폰을 이용,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국내외에서 총 570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통화에 사용한 차명폰 2대는 모두 최씨가 다니던 헬스클럽 트레이너 출신으로 청와대 행정관(3급)에 발탁된 윤전추 행정관 명의로 같은 날짜에 개통됐고, 박 대통령과 최씨가 1대씩 나눠 사용했다.
특검은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를 폭로한 지난해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에도 최씨가 차명폰으로 박 대통령에게 접촉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에 따르면 최씨는 10월 25일 박 대통령의 차명폰으로 연락이 안 되자 이튿날 조카 장시호씨를 통해 박 대통령 접촉을 시도했다. 장씨 어머니 최순득씨에게 윤 행정관의 차명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도록 해 박 대통령과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특검은 “윤 행정관의 전화를 넘겨받은 박 대통령은 ‘최씨가 귀국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장씨가 이 말을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런 사실을 특검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특검은 그동안 최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 긴밀한 의사 연락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최근 두 사람 간 통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차명폰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차명폰 번호와 명의, 통화 내역 등은 파악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실물이나 두 사람의 녹취파일 등은 확보하지 못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朴, 최순실 獨 도피 때 127차례 차명폰 통화
입력 2017-02-15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