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와 후임은 경쟁자 아닌 상호 협력자”

입력 2017-02-16 00:00
원로·후임 목사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수도권의 한 교회가 2015년 3월 원로 목사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권의 A교회는 원로목사가 물러나고 후임 목사가 들어오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전임과 후임 목회자의 리더십과 신학적 입장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교인들도 두 쪽으로 나뉘었다. 양측 간 비방전과 폭행, 심지어 이단 시비와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교회는 물론 구성원들까지 깊은 상처를 입었다.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에 따르면 최근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 상당수는 세대교체 과정 중에 사단이 발생했다. 특히 현직에서 물러난 원로목사와 빈자리를 차지한 후임 목사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교회 공동체 전체가 시련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후임 리더십, 갈등 단초

“원로든 후임이든 ‘내 교회가 아니다’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교회를 개척해 성장시킨 원로목사나 당회·성도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부임한 후임 목사 모두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다’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백장흠 한우리교회 원로목사)

“전·후임자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영원한 전임자도, 영원한 후임자도 없다는 것이다.”(강준모 서울 남성교회 목사)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한목윤)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각각 2명씩 발표자로 나서는데, 발제자들은 미리 배포한 발표문을 통해 전·후임 목회자 사이의 갈등 원인으로 ‘전·후임 목회자 간 리더십·신학적 입장 차이’ 등을 꼽았다. 청빙규정을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청빙하거나 원로목사나 장로 등 일부 인사의 의견만으로 후임을 선정하는 ‘순수성이 결여된 청빙’도 전·후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우리는 상호 협력관계”

갈등 예방을 위한 전·후임자들의 제안도 잇따랐다. 백 목사는 “원로와 후임은 경쟁자가 아니라 상호 협력자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아울러 후임 목사는 마치 점령군인 것처럼 되려고 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손 목사는 “원로목사가 대접받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부목사 때와 같이 오직 담임목사가 지도력을 발휘하도록 철저한 보조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현직 담임인 최성은(남서울교회) 목사는 “평생 섬기고 은퇴한 목사는 사역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감이 클 것”이라며 “성도들과 담임목회자는 원로목사를 향한 따뜻한 위로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전·후임자가 교회 공동체에 가장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것이 화평이라면 이를 위해 전·후임자 모두 희생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회에서는 박경조(대한성공회 은퇴) 주교가 설교하고 김승호(영남신학대) 교수가 기조 발표를 맡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