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 ‘암살’ 표현 자제 신중 北 소행 ‘확인’땐 비난 거셀듯

입력 2017-02-15 18:15 수정 2017-02-15 21:30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탄 차량이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병원(HKL) 부검 시설을 나서고 있다. 강 대사는 병원에 수 시간 머물며 김정남 시신 부검을 참관했으며 현지 당국에 시신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P뉴시스

중국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피살 사실은 보도하고 있지만 북한이 암살한 것이라는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만 했을 뿐 다른 구체적 언급은 자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이날 ‘과연 누가 김정남을 살해했을까’라는 해설기사를 내보냈다. 전반적인 기조는 북한의 암살 가능성에 대한 의문 제기다. 협객도는 우선 “이번 사건이 한·미의 군사훈련 강화,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국제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생한 점, 사건을 한국 매체가 가장 먼저 보도한 점, 그리고 언론들이 배후로 모두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괴이하다”면서 “의심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또 살해 동기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내부에 김정남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김정남이 권력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적은데도 북한이 왜 김정남을 암살해 현재의 복잡한 국면을 더욱 악화시키겠느냐는 것이다. 협객도는 “김정남 피살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겠느냐”며 “북한이 아닌 한국의 보수파 인사들이라며 한국의 소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음모론도 제기했다.

하지만 중국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이 북한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에서도 김정은의 공포 통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북한의 김정남 암살을 전제로 “어떤 형태의 정치 투쟁이라 해도 암살 행위를 수반할 수는 없다”며 “그런 야만적 구식 행태는 역사박물관에나 넣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남 피살 이후 북·중 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한 여러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해왔다는 가설에 따라 관계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중 관계의 근본적 틀이 바뀌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현 북한 지도부와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는 등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시한다”면서 “때문에 김정은 정권과 척을 지면서까지 김정남을 옹호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북한 정세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콩 동망은 중국군이 돌발 상황에 대비해 북·중 접경 지역에 1000명의 군병력을 증파했다고 전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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