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여인, 베트남人? 미얀마人? 국적만 바꾼 北 공작원 가능성

입력 2017-02-15 18:14 수정 2017-02-16 00:01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청사 2층에서 김정남을 암살한 여성들은 특수훈련을 받은 공작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남공작과 요인 암살 등을 총괄하는 정찰총국 소속으로 보이지만 국가보위성 소속이라는 설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남자 2명, 여자 3명의 국가보위성 해외반탐처 요원들이 신의주를 통해 출국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언론에 공개된 여성 용의자는 날렵한 몸매로, 흰색 긴소매 티셔츠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작은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짙은 립스틱을 발랐다.

현지 수사 당국에 15일 체포된 여성은 당초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됐지만 현지 언론들은 체포된 여성이 베트남 혹은 미얀마 국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실제 다른 국적의 아시아인인지 국적을 위조한 북한 여성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북한 공작원들이 해외에서 북한 국적이 아닌 제3국 국민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활동한 전례로 볼 때 이들이 위조여권을 사용하고 동남아인으로 위장했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이 여성 공작원을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1970년대 일본인을 납치할 때도 여성 요원들을 동원했다. 87년 11월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도 하치야 마유미라는 일본인으로 위장했다.

북한 여성 공작원은 대외정보조사부(노동당 35호실)에서 선발, 육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출신성분, 외모, 외국어 실력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10대 소녀들을 공작원 후보로 선발한 뒤 수년간 훈련시킨다고 한다. 주로 평양 인근 130연락소에서 침투기술, 암살훈련 등을 받는다. 김현희와 위장 탈북간첩 원정화가 노동당 35호실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김정남 살해에 독극물 스프레이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이 독극물 스프레이를 사용한 전례는 그동안 알려진 바 없다. 2011년 9월 대북 전단을 살포해 온 보수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살인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에게 포섭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 안모씨는 박 대표 살해 지령과 함께 독총 2정과 독침 1개, 독약 캡슐 3정을 받았다. 그러나 안씨는 테러 첩보를 포착한 국정원에 체포됐다. 그가 소지한 볼펜형 독침에는 독극물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 묻어 있었다. 이 독극물은 인체에 10㎎만 투여돼도 바로 사망할 수 있다. 김정남에게 사용된 천 또는 스프레이에도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