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폭로 순수성을 의심하는 근거로 거론되던 최순실씨 측근들의 ‘5억 협박설’은 지난해부터 최씨 주변인물에서 실체 없이 다양한 형태로 나돌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자신이 협박당했다고 토로해놓곤 다른 이들에게는 자신의 억울함을 듣던 이를 협박 당사자로 묘사했다. 최씨 주변인물들은 그가 거짓말로 측근들을 이간질해 왔다고 강조한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씨가 ‘5억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지난해 8월 한강 반포주차장 만남 과정에 고영태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이외에도 류상영 더운트 부장이 있었다고 최근 국민일보에 밝혔다. 당시 류씨가 최씨를 데리고 나갔고, 고씨는 이씨와 함께 이동했다. 녹취를 우려해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대화가 이뤄진 곳은 류씨의 그랜드체로키 차량 안이었다.
노씨는 최씨의 전화로 이들이 만난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는 당시 노씨에게 “고 상무와 연락이 되느냐. 이성한과 고 상무가 짜고 나에게 5억원을 달라 한다.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노씨가 “무슨 소리냐. 절대 돈을 주지 마시라”고 하자 최씨는 “내가 미쳤냐. 돈을 주게”라며 전화를 끊었다.
의아해진 노씨는 고씨에게 연락해 “네가 최 회장 돈 5억원을 뜯어내려 했다더라”며 사실 여부를 물었다. 고씨는 “5억원 이야기가 무슨 소리냐”고 했다. 고씨는 “최씨는 매번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을 이간질한다. 이런 식이라서 주변에 사람들이 남지 않는 것”이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최씨의 하소연을 들은 노씨는 이후 이상한 일을 겪는다. 함께 일하던 박헌영 과장이 “회장님이 ‘이성한 고영태 노승일 셋이서 5억원을 뜯어내려 협박했다’고 한다”며 대화를 청한 것이다. 재단의 정동춘 이사장, 이철용 부장도 같은 이야기를 접한 상황이었다고 노씨는 기억했다. 김필승 이사는 “회장님께 전화를 해서 오해를 풀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당시 노씨는 “나는 최 회장 전화를 받기만 하는 사람일 뿐 걸지 못한다. 떳떳하기 때문에 전화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씨는 노씨에게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최씨가 직접 노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건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를 좋아한다”는 언론보도가 난 지난해 10월에 이르러서였다. 고씨를 해외로 내보내라는 지시였다.
고씨와 멀어진 뒤 최씨가 상대적으로 가까이 둔 이들은 류씨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였다고 노씨는 기억했다. 김씨의 역할은 독일 비덱 관련 업무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노씨는 “‘김수현 녹취파일’ 가운데에는 분명 내가 ‘너 독일 언제 가냐’라고 묻는 게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류씨와 김씨는 지난해 노씨를 찾아와 “너는 회장님 편이냐, 고영태 편이냐”고 묻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김씨는 16일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김씨의 소재 탐지에 실패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류씨도 헌재에 나오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류씨와 김씨가 동행하는 장면을 포착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측은 “김씨가 류씨를 비호하며 도망 다닌다”고 주장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단독] “崔, ‘고영태가 5억 달라 협박’ 주장하며 측근 이간질”
입력 2017-02-15 17:41 수정 2017-02-15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