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경찰서는 “함바집 계약을 따냈는데 계약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더해 곧 갚겠다”고 속여 폐지를 줍는 할머니 등 6명으로부터 모두 1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제모(64·여)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제씨는 2008년 6월부터 약 7년 동안 경기도 용인, 부천 등 공사현장에 다니며 만난 50∼70대 여성에게 “건설현장 식당 계약금과 운영자금을 잠시 보태주면 원금은 물론 이익금을 후하게 배당해주겠다”고 꾀어 돈을 챙긴 혐의다. 피해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조모(75) 할머니는 제씨의 이웃이었다. 조 할머니는 2014년 2월부터 1년 동안 모두 5번에 걸쳐 1000여만원을 빌려줬다. 노령연금을 아끼고 폐지를 내다팔아 모은 돈이었다. 할머니가 “돈이 없다”고 하면 제씨는 할머니 집에서 콩과 참기름까지 가져갔다.
두 사람의 악연은 4년 전 제씨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조 할머니의 집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됐다. 몇 개월 뒤 말없이 동네를 떠났던 제씨는 1년여 만에 다시 할머니를 찾아와 “높은 이자를 줄 테니 함바집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내던 할머니는 덥석 믿었다.
제씨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돈을 갚지 않을 때면 할머니가 의심도 했지만, 제씨는 “남편이 유명 건설사의 임원”이라며 믿어달라고 했다. 제씨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만들고 위장전입을 할 때 명의를 건넨 사람도 조 할머니였다.
실상 제씨는 오래전 이혼해 남편이 없었다. 일정한 거주지도 없이 수도권 일대를 떠돌며 생활하는 형편이었다.
조 할머니는 지난 10일 제씨가 경찰에 붙잡힌 뒤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았다. 조 할머니는 “폐지를 주어가며 힘들게 모은 돈인데 그 돈을 뺏어갔다”며 억울해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폐지 할머니’ 등쳐먹은 사기범
입력 2017-02-15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