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자산을 관리해주는 시대가 올까.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은행권에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대표적인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융복합 서비스)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알고리즘 등 정보기술(IT)에 포트폴리오 이론 등 금융기술을 결합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투자자의 투자성향 정보를 입력하면 적당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사후관리까지 해준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IBK기업·농협은행 등은 오는 4월 말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이 공동 진행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시험대)’ 결과를 바탕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권이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비이자수익 확대에 있다.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고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일부 자산가에게 한정됐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의 문을 넓히는 것이다.
해외에선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미국의 상위 11개 로보어드바이저가 관리하는 자산은 190억 달러(2014년 기준, 전년 대비 65.2% 증가)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성장률을 연평균 68%로 내다본다. 2020년 45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우리 금융 당국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업계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난해 9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들어갔다. TF는 현재 참여 업체가 제출한 알고리즘으로 실제 자금을 운용하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익률이나 안정성, 보안성 등이 적정한지 판단한다.
시중은행 가운데 일부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사이버 PB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고객이 지점을 찾아 직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초기 단계다.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을 위한 전문 업체도 선정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엠폴리오’를 내놨다. 지난달까지 가입자 1만6000명과 관리자산 51억9000만원을 모았다. 체험만 해본 이도 11만2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은 막연한 기대일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로보어드바이저가 휴먼어드바이저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오해”라고 했다. 자산관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 것일 뿐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마다 알고리즘에 따라 수익률 차이도 클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휴먼어드바이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고액 자산가를 위한 재무설계, 상속, 부동산, 세금 문제 등을 AI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기획] 4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大戰… 은행 서비스 출시 앞둬
입력 2017-02-1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