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정남 암살, 야만적인 일… 北 정상국가 아니다”

입력 2017-02-15 18:19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동서창조포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대전시의회에서 국방안보 공약을 설명하는 모습.뉴시스
김정남 피살 사건을 두고 여야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해법을 두고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강화부터 북·미 평화협정 체결까지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전남 여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렇지 않아도 안보 상황이 아주 불안한데 또 국민들께서 걱정할 일이 생겼다”며 “정치적 암살이라면 아주 야만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고, 예측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남북관계를 펼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탄핵받는 정부가 남은 기간에 (사드 배치를) 서둘러 끝내면 차기 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며 차기 정부 검토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북한 체제 불안 요소인지, 다른 이유인지 정확한 내막을 모르지만 아주 경악할 사건”이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내외적 불안요소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북·미 평화협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이 대화채널을 끊고, 개성공단을 철수하는 등 압박 일변도의 강경책만 써왔다”면서 “이제 근본적으로 대화·협상 정책 및 평화협정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아닌 평화로 가는 길을 선택하려면 근본적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지금은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우리 정부가 협조해 정확한 사실을 국민께 밝혀야 한다”면서 “초당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은 아예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은 ‘안보는 보수’ 입장을 자처해 왔다”면서 “한반도 안보가 불안해지면서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17일쯤 당론 변경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수진영 후보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사드 추가 배치를 촉구했다. 유 의원은 “김정남 피살 사건은 김정은 집단이 상상을 초월한 도발을 언제든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면서 “지난 12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암살 사건까지 보면서 국가 안보태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의도가 명백해진 만큼 군은 지금부터 백지상태에서 새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사드도 2∼3개 부대를 국방예산으로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같은 보수 진영 후보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긴장 완화를 주문하며 유 의원에 비해 톤을 낮췄다. 남 지사는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보태세를 굳건히 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선 더 이상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을 마치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면서 “안보, 정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부 힘을 하나로 합할 수 있는 자세가 정치권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김정남의 피살은 평양이 그만큼 초조해 있다는 반증”이라고 썼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