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지난 13일 피살된 김정남은 북한 당국이 수년간 반드시 처리해야 할 대상인 이른바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사항)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이복형 김정남 제거를 명령했고, 북한 정찰총국 등은 이를 지상과제로 삼아 수년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였다”면서 “암살 시도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됐다”고 밝혔다. 암살 시점에 대해선 “오랜 노력의 결과 실행된 것이지 암살의 타이밍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오랜 명령이 집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탠딩 오더란 명령권자가 어떤 명령을 내리고 난 이후 본인이 직접 “명령을 취소한다”고 거론하지 않는 이상 효력이 지속되며, 반드시 수행돼야 하는 명령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북한의 최고 명령권자인 김 위원장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정권을 물려받은 뒤 형에 대한 암살 지시를 내렸고, 북한 정찰총국 등은 이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는 뜻이다.
김정남 피살을 망명 시도와 직접 연관짓는 분석에 대해선 이 원장은 “김정남은 특별한 망명 시도가 없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일각에선 김정남이 2012년 한국 대선 전 유럽이나 미국, 한국 등 망명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을 선호했지만 정보가치가 별로 없어 풍족한 생활 보장이 불가능했고, 한국의 경우 피살 가능성 등을 우려해 결국 망명 자체를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없었다. 지지세력 자체가 없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김정남이 북한을 떠나 해외를 떠돈 지 이미 오래라 김 위원장의 체제 장악에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김정남 처단이 지시되고 5년 만에 수행된 배경에는 그가 어찌됐든 ‘백두혈통’의 장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원장은 “계산된 행동이라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였다… 김정남 암살=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
입력 2017-02-16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