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급 공무원이 청년들의 꿈인 씁쓸한 세태

입력 2017-02-15 17:27
지난해에 이어 올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헬조선’에 사는 청년들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 4910명을 뽑는데 22만8368명이 몰려 46.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올해 지원자 수는 5년 전과 비교하면 7만여명 늘어난 것으로 증가분의 대부분이 20대다. 대학 졸업을 유예하면서까지 취업 준비를 해도 민간기업 취직이 어렵다보니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청년층이 몰리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7개월 연속 줄고 실업자는 7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09년 7월 이후 7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고용 절벽’이 현실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일자리는 개개인의 생계수단이자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버팀목이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정부가 충당해야 할 복지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미래세대는 AI와도 일자리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다. 취업난은 더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질 나쁜 일자리를 마구 늘릴 수는 없다. 돈 쓰는 일자리가 아니라 돈 벌어서 세금 내는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것은 기업의 몫이다.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해야 한다.

도전과 패기가 사라지고 공무원 되는 것이 청년들의 꿈이 돼 버린 나라는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에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혁신기업이 드문 것은 벤처기업이 커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통계를 보면 벤처기업의 62%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50%대에 비해 과도하다. 자유롭게 창업하고,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말로만 ‘일자리 대통령’을 외치고 숫자놀음을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세금 쏟아붓는 일자리나 재원 대책이 없는 일자리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