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범행 장소, 왜 말레이시아인가

입력 2017-02-16 05:01
북한이 김정남 살해 장소로 말레이시아를 택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북한 공작원 활동이 자유롭고 김정남의 개인적인 연고가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을 범행 장소로 골라야 했고, 말레이시아가 선택됐다는 추정이 나온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상호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북한 공작원들이 말레이시아 당국 감시를 받지 않고 수시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과거 북·미 간 또는 남북 간 비밀접촉이 이뤄진 장소이기도 하다. 드나드는 북한인이 이상한 존재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이 많아 눈길을 끌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김정남이 살해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제2청사 항공편 탑승권 발매용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부근은 종일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북한대사관이 자리잡고 있어 공작 작업을 지휘·지원하는 것도 편하다. 북한이 운영하는 해외 사이버 기지가 있어 공작원들의 신분 세탁도 용이하다. 김정남이 자주 이곳을 들렀다는 것도 감안됐다. 정보 관계자는 15일 “북한이 김정남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해 왔을 것이고, 김정남이 자주 가는 곳이 1차 대상 지역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남은 권력투쟁에서 김정은에 밀렸지만 해외에서는 꽤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다.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고급호텔이나 한국음식점을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여성과 식당에서 만난 장면이 목격돼 그의 내연녀가 말레이시아에 산다는 설도 있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여행할 때는 항상 중국계 싱가포르 애인이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에게 ‘불안해하지 말고 한국으로 가라. 한국 정부가 보호해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씩 웃기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남이 살해될 당시 주변에 경호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김정남을 밀착 경호해 온 중국 측이 지난해 3월부터 경호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이 경호를 중단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