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의 핵심 전력은 MSN(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이다. 이들은 팀 공격포인트의 70% 이상을 담당한다. MSN이 묶이면 바르셀로나는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다.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이 그랬다. 바르셀로나는 허리 싸움에서 밀렸고, MSN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0대 4 패배. 그야말로 ‘파리 대참사’였다.
바르셀로나는 1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대회 16강 1라운드에서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에 참패했다. 1899년 창단된 바르셀로나가 유럽대항 16강전에서 4점 차 패배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팀은 다음달 9일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에서 2차전을 치른다. 만일 바르셀로나가 8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이는 2007-2008년 시즌 이후 9시즌 만이다.
파리 생제르맹은 이날 경기 전까지 바르셀로나와의 7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더욱이 최근엔 3연패를 당했다. 이번에도 바르셀로나의 우세가 예상됐다. 그런데 아니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전반 18분 디 마리아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경기 주도권을 잡은 뒤 바르셀로나를 줄기차게 몰아붙였다.
밸런타인데이에 태어난 디 마리아(1988년 2월 14일)와 카바니(1987년 2월 14일)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골을 터뜨려 기쁨이 더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중원이었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들은 상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특히 ‘중원 사령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스포츠 방송 ESPN은 “바르셀로나는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할 전술이 없는 것 같았다”며 “주장 이니에스타는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 그는 최고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고 혹평했다.
이니에스타뿐만 아니라 볼 소유와 탈압박 능력에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안드레 고메스 역시 상대 미드필더들과의 맞대결에서 고전했다. 바르셀로나는 중원 힘 싸움에서 밀렸고, 전방으로 가는 패스는 차단됐다. 공격 전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MSN은 당황했다. 주로 전방에서 볼 배급을 받는 MSN은 이번 경기에선 낮은 위치까지 볼을 받으러 내려와야 했기 때문에 특유의 날카로운 공격력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장기인 연계 플레이와 드리블, 슈팅의 조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MSN이 막혔지만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바르셀로나는 MSN의 백업 카드가 없다는 약점을 확연하게 드러냈다. 엔리케 감독은 후반 13분 고메스를 빼고 하피냐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도 통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볼 점유율에서 57대 43으로 앞섰지만 슈팅수 6대 16, 유효 슈팅수 1대 10으로 절대적 열세를 보였다.
엔리케 감독은 시쳇말로 ‘선수빨 축구’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MSN이 무력화되면 플랜B를 가동해야 하는데 엔리케 감독에겐 플랜B가 없었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끔찍한 경기였다”며 “전술적인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 뛰어난 선수들로 이런 결과를 낸 나를 탓하라”며 고개를 숙였다.
독일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16강 1차전에서 무너졌다. 도르트문트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오 다 루스에서 열린 대회 16강 원정 1차전에서 벤피카(포르투갈)에 0대 1로 패했다. 후반 3분 선제골을 허용한 도르트문트는 후반 12분 벤피카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주포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의 실축으로 동점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바르셀로나 ‘파리 대참사’
입력 2017-02-15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