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쪽 섬 오키나와는 2월이면 많은 스포츠구단이 전지훈련을 위해 찾아온다. 일본 프로야구 9개 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렸고, 한국 프로야구 구단도 6곳이나 둥지를 튼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중국 슈퍼리그에선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장쑤 쑤닝을 비롯해 충칭 리판 등이 찾아왔다. 한국 K리그도 전남 드래곤즈가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키나와는 이들을 찾아온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15일 오전 10시 오키나와 치탄구장을 찾았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와 KIA 타이거즈가 연습경기를 가지는 날. 경기 시간은 오후 1시지만 세 시간 전부터 100여명의 주니치 팬들이 찾아왔다. 구단과 팬 관계를 현지에서 살펴보니 한마디로 ‘개방’이었다. 팬들은 보조구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근처에서 지켜보며 응원했다.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런 모습을 한국 구단에선 잘 볼 수 없다.
경기장을 살펴보니 주니치 구단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장 한 가운데에 오늘의 일정을 붙여 놨다. 어느 선수가 언제 어디에서 훈련을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었다. 팬들은 이 일정을 보고 응원하는 선수를 찾아가 훈련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경기장 한켠에는 TV가 켜져 있었다. J스포츠라는 케이블 채널에선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라이브로 생중계해주고 있었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주니치 여성 팬인 이나 유리(49)씨는 나고야에서 왔다. 5만엔을 들여 2박3일 일정으로 이 곳을 찾았다. 2007년부터 매년 오키나와 현장을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나씨는 “동네 주민 8명과 함께 왔다”며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돼 기분이 좋다. 어제는 발렌타인 데이라서 우리 딸이 선수들에게 초콜릿을 직접 선물했다”고 흡족해 했다. 이렇듯 많은 팬들이 스스로 전지훈련장을 찾는다고 이나씨는 전했다. 함께 온 스즈키 유리코(54·여)씨는 “내가 좋아하는 주니치의 야마이 다이스케 투수를 만났는데 내 얼굴을 기억해줘서 너무 좋았다”고 수줍어했다.
오키나와 현 정부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었다. 경기장 곳곳에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가지는 9개 구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힌 책자를 비치해 놓았다. 언제, 어디서 연습경기를 갖는지 등에 대한 일정도 소개했다. 구장 곳곳에 있는 주니치 환영 깃발도 지역 정부가 만들어줬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 구단의 연습경기 일정은 경기장에서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구단을 통해 일정을 받아야 했다.
한국 팬들도 이 곳을 찾아오지만 선수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횟수는 많아야 두 번이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팬과의 접촉도 구단을 통한 팬투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팬과의 만남, 식사 등 공식 행사 때만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올 경우엔 선수와의 만남이 더욱 힘들다.
이곳을 찾은 KIA 팬 홍찬(30)씨는 “일본 전지훈련은 엄청 열려있다는 느낌이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고 부러워했다.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가즈히데 기네후치 운영부장은 “구단에서 전지훈련에서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쓴다. 우리도 구단에서 정보를 받아 홍보에 활용한다”면서 “이런 팬들과의 만남이 일본 프로야구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오키나와=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여기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천국… 팬들도 꿈같은 시간
입력 2017-02-16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