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리학자가 했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리처드 파인만(1918∼1988)은 ‘반은 천재고 반은 얼간이’였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자로 통하지만 그의 평소 언행은 ‘보통’이 아니었다. 언제나 유머러스했고 비범했으며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여동생 조안 파인만은 오빠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던 순간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혼수상태에서 벗어나 잠시 눈을 뜨더니 말했어요. ‘죽는다는 건 지겨운 일이야.’ 그러고는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죠. 이런 유머 감각은 조금 오싹하기도 하지만, 그게 오빠가 한 마지막 말이었죠.”
저자는 영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과거 파인만과 파인만의 가족 친구 과학자 등을 인터뷰했다. 책은 저자가 당시 벌인 취재의 내용을 한 권에 묶은 것이다. 낭만적이고 호기심이 많았던 한 천재 과학자의 생애를 생생한 사진과 각종 자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사진은 1981년 1월 미국 바하캘리포니아 한 해변가에서 포즈를 취한 파인만의 모습이다. 그는 1978년 처음 암 선고를 받았는데, 이 사진을 찍을 당시 대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박지훈 기자
[책속의 컷] 암수술 앞두고도 해맑던 천재 과학자
입력 2017-02-17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