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숙 <6> 취직 시켜준 외국인 노동자들 “마마, 기도해요”

입력 2017-02-16 00:03
홀리네이션스선교회 모임에서 다민족 출신 근로자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선교회 출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홍콩에서 돌아온 1987년, 3년 정도 한국에서 지낼 때였다. 당시 내가 속해 있던 ‘창성 안디옥선교회’에서는 외국인 목회자의 현장 목회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선교는 사실상 그 나라 현지인에 의해 이뤄져야 가장 효과적이다. 현지인들을 통해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당시 우리는 현장 목회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교회의 장점을 직접 경험하고 배우게 함과 동시에 현지인 목회자들을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시켜 본국으로 파송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와 터키, 불가리아에서 초청했으나 미미한 숫자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하나님은 이 땅에 셀 수 없이 많은 외국인을 보내주셨다. 특히 복음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나라 사람들을 무수히 보내셨다. 비행기 표를 마련해 줄 필요도, 엄청난 체재비용을 송금할 필요도 없었다. 지하철역이나 공장 앞 골목길에서는 날마다 선교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홀리네이션스선교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와 공단으로 나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만나니 너무 기뻤다. “아파 카바르(안녕하세요)”하며 인사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모국어를 들은 그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카바르 바익(네, 좋아요).”

선교회를 시작하며 한국에서 복음을 접한 외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또 다시 수많은 영적 아이들을 양육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하나님의 계획과 내 계획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번은 근로자들이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회사에서 해고돼 오갈 데가 없다고 했다. 일자리를 알아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인 내가 6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취업시키기란 막막했다. 일자리를 부탁하는 기도를 드리고 막 일어서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세 명이라고? 그래 알았어.” 3명의 일자리가 결정돼도 시원찮을 판에 외국인 3명이 더 취업해야 한다는 전화가 왔다. 9명이었다. 대체 이들 모두를 어떻게 취직시킨단 말인가. 나는 9명의 형제를 뒤로 한 채 그 전에 일자리를 부탁했던 인도 청년 둘을 데리고 공장을 찾아갔다. 일전에 내가 사는 아파트에 가끔 인사하던 분이 있었다. 내가 외국인과 다니는 걸 보고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이 있는데 외국인이라도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전화번호와 약도를 그려줬다.

약도를 보고 공장으로 찾아갔다. “외국인 소개를 부탁했던 분 맞나요?” 아니었다. 그런데 그곳 주인이 약도에 그려진 공장을 알려주다 말고 “우리도 일할 사람 6명 정도 필요한데 소개해 줄 수 있어요?”하고 물었다. 할렐루야! 그 자리에서 6명의 취직이 해결됐다. 그리고 원래 가려했던 공장을 찾아가 인도 청년 2명을 소개하고 나오는데 전화가 울렸다. “필요한 사람이 3명이라고요?” 그날로 정확히 9명 모두 취직이 됐다.

이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하나님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인도하셨다. 중소기업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내가 첫 1년간 취직시킨 외국인 노동자는 100명이 족히 넘었다. 그러면서 유행어가 하나 생겼다. “마마, 기도해요. 사장님 전화 와요.” 기도하고 응답받는 것을 옆에서 체험했던 외국인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무릇 여호와를 의지하며 여호와를 의뢰하는 그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라.”(렘 17:7)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