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벌에 도시 하나가 생겼다. 85㎡ 크기의 국민 주택 9480채 규모다. 축구 경기장(가로 105m×세로 68m) 115개를 합친 것만 하다. 웬만한 신도시보다 큰 규모인 이 도시는 옆이 아닌 위로 뻗어 있다. 바로 ‘스마트 수직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롯데월드타워다. 2010년 11월 착공해 준공까지 만 6년3개월, 2280일이 걸렸다.
지난 9일 사용승인을 받아 오는 4월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랜드 오픈할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123층에 554.5m 높이로 하늘 아래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롯데월드타워의 연면적은 80만5872㎡나 된다. 금융센터, 헬스케어센터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 시설과 사무실, 주거시설, 6성급 호텔 등이 들어선다. 123층 전망대(500m)에 올라서면 날씨가 맑을 때는 서쪽으로 50㎞가량 떨어진 인천 앞바다와 송도신도시, 남쪽으로는 아산만, 당진제철소 공장까지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층빌딩들
초고층 건물을 ‘마천루(摩天樓)’라고 부른다. ‘하늘에 닿은 집’이다. 영어로도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 ‘하늘을 긁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건축법은 높이가 200m 이상이거나 층수가 50층 이상인 건물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고층빌딩은 1971년 완공된 삼일빌딩이다. 31층, 지상 110m 높이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 자리 잡은 삼일빌딩은 삼미그룹 고(故) 김두식 회장이 사옥 건물로 쓰기 위해 지었다. 지금은 주변의 고층빌딩에 파묻혀 그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당시로는 청계고가와 함께 ‘근대 조국 발전’의 상징이었다. 1985년 여의도 63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 국내 최고층 빌딩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63층·249m)은 서울에 오면 한번쯤 꼭 들러봐야 하는 명소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이 빌딩 앞 봉화대에서 성화를 밝히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2000년대 초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아파트도 초고층으로 지었다. 서울 양천구 ‘하이페리온타워’(69층·256m)가 2002년 건설됐고, 강남구 ‘타워팰리스’(73층·264m)가 2004년 완공됐다. 2011년에는 부산 해운대 ‘두산 위브 더 제니스타워’(80층·301m)가 세워졌다.
2014년 완공된 인천 송도 ‘동북아무역타워’는 68층이지만 305m로 그동안 국내에선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우리나라의 초고층 기록은 조만간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완공 목표인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115층, 571m 높이로 건축할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보다 층수는 8층 낮지만 높이는 16m 더 높다.
롯데월드타워 경제효과 10조원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롯데월드타워가 창출할 경제효과는 웬만한 대기업의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롯데는 롯데월드타워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기존 롯데월드몰과의 시너지로 생산유발효과 2조1000억원과 부가가치유발효과 1조원뿐만 아니라 취업유발인원도 2만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출되는 경제효과는 약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2만1000여명이면 대형 시장형 공기업 한전의 임직원과 맞먹는다. 10조원이면 우리나라 캐릭터 사업 규모 수준이다.
롯데가 총 4조원을 투자한 롯데월드타워는 건설 단계에서 이미 4조4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었다. 현장에는 일 평균 3500여명, 연인원 500만명의 고용효과를 냈다. 2014년 10월 오픈한 롯데월드몰에서는 파트너사를 포함해 60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 첫해는 전년 대비 19.6%, 이듬해는 13.8% 증가해 2021년까지 연평균 11.24%씩 증가해 2021년까지 총 2542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잠실로 불러모을 것으로 롯데 측은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각 도시의 초고층 빌딩 사례들을 보면 허황된 기대는 아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완공된 1999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싱가포르도 ‘마리나베이샌즈’가 개장한 2010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대만의 ‘타이베이 101’도 개장한 후인 2004년에는 전년보다 22.4% 증가했다.
마천루는 경제위기의 신호탄
초고층 빌딩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상책이다. 하지만 초고층 빌딩을 경제위기의 신호탄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19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는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초고층 빌딩은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마천루 건설 프로젝트는 주로 돈줄이 풀리는 호황기에 시작되지만 완공 시점엔 경기 과열이 정점에 이르고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415m)은 1931년 완공됐을 때 세계 대공황에 휘말렸다.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417m)와 시카고 시어스 타워(442m)도 세계 최고 빌딩으로 올라선 1970년대 오일 쇼크가 발생하며 세계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와 소비자물가 동시 둔화)을 맞았다.
미국 응용수학자 존 캐스티는 2009년 출간한 ‘대중의 직관’에서 ‘마천루지수(Skyscraper Index)’라는 개념을 내놨다. 그는 “어떤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거라며 첫삽을 뜨면 최대한 빨리 그 나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올 때가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캐스티는 페트로나스타워, 타이베이, 부르즈 칼리파를 사례로 들었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가 완공되던 1997년 아시아에는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쿠알라룸푸르 주가지수는 곤두박질쳤다. 2004년 타이베이 101이 완공됐을 때 대만 가권지수도 바닥을 쳤다. 지금도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기 직전인 2009년 두바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캐스티는 롯데월드타워도 언급했다. 2009년 부지 굴착 공사가 끝난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는 2015년(당시 예정) 무렵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천루를 경제 회복의 상징으로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롯데는 롯데월드타워가 마천루의 저주를 깨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5일 “롯데월드타워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이들의 체류기간을 증가시키고 소비지출액을 늘려 지역 상권에 기여하고 나아가 국가경제 활성화에 한몫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증시 상황도 캐스티의 마천루지수 이론을 벗어나 있다. 롯데월드타워를 짓기 시작한 2009년 코스피지수는 1500선을 밑돌았으나 최근 몇 해 동안 2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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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6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