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암살 위협을 받았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이복동생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경쟁자로 일찌감치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이번 피살 사건 역시 김정남이 김 위원장의 권력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1년 말 집권한 김 위원장이 올해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백두혈통’인 이복형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김정남 암살 시도설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훨씬 이전부터 제기됐다. 2004년 11월 김정남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던 중 암살될 위협에 처했으나 오스트리아 정보기관의 밀착 경호로 위기를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김정남의 권력 승계를 우려한 김정철, 김정은 형제의 측근이 암살을 기획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2010년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암살 시도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2011년 말 집권하면서 권력에서 밀려난 김정남이 피살된 이유 역시 과거 암살 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남이 밀려나긴 했지만 북한 내부에선 나이가 어린 김정은보다 김정남이 후계자로 더 적합하다는 분위기 역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김정남을 김정은의 대안으로 눈여겨보고 있다는 설도 많다. 잇따른 핵실험 및 미사일 개발을 통해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김정은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이 김정남을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올해 8월 ‘백두산 위인 칭송대회’를 기획하는 등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강화하며 유일지배체제를 만드는 상황에서 김정남이 장애가 됐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최경희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은 14일 “남자 형제들이 있을 경우 주위의 시선이 분산된다. 북한에서는 시선이 곧 권위라고 보면 김정남 피살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최고 지도부 입장에서 봤을 때 김정남을 제거하지 않으면 김정은 체제의 개인숭배가 강화되는 데 방해요소가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어머니가 재일교포 출신 고용희로 백두혈통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김정남은 김정일의 첫 번째 아들로 북한 여성이 낳은 백두혈통의 적장자로 분류된다. 김정일은 김정남이 어린 나이에 해외 유학을 가게 됐을 때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처럼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 해외에서 떠돌던 김정남의 망명 시도가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3대 세습 비판 등으로 본국으로 귀국하기 힘든 김정남이 최근 들어 자금이 고갈되는 등 어려움을 겪자 최근 망명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들이 해외에서 유학 중이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한국이든 미국이든 망명을 하려는 시도가 북한 당국에 포착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암살은 김정은의 직접 승인이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 한 언론이 김정남의 망명 시도를 구체적으로 보도해 김정은이 격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과잉충성 세력이 이번 사태의 배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과잉충성 세력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세력들이 미래의 화근이 될 수 있는 김정남을 제거하려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정남 독침 피살] 김정은 권력유지 걸림돌로 생각해 제거
입력 2017-02-15 00:51